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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이민자들의 피난처

박춘호

박춘호

최근 시카고에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텍사스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 온, 주로 중미 출신 이민자들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다. 콜롬비아와 도미니카 공화국, 에쿠아도르, 파나마, 베네수엘라 등에서 출발한 이들은 약 2개월에 걸친 도보 이동을 통해 텍사스 국경을 넘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자국을 떠난 이유는 경제적 궁핍과 치안 부재, 혼란한 정치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시카고로 오게 된 이유는 Welcoming city, sanctuary city와 연관이 깊다. 시카고는 이민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성역, 보호구역, 피난처, 안식처다. 이미 법률로도 규정돼 있다. 그 역사는 4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흑인 시장인 해롤드 워싱턴 시장이 행정명령으로 웰커밍 시티를 규정한 이후 법으로 확정됐다.  
 
웰커밍 시티의 내용은 간단하다. 시카고에 사는 시민들은 이민 지위로 인해 시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법원의 결정 없이는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체포하거나 추방하는 행위에 시 공무원이 협력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이러한 규정이 확립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당시 연방 법무장관이 국경세관단속국에 시카고 경찰이 협력하지 않으면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람 이매뉴얼 당시 시장이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이 시카고 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웰커밍 도시 지위가 이어질 수 있었다.  
 


워싱턴 시장의 행정명령 이후로만 보더라도 시카고의 한 교회에 머물며 추방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던 멕시코 출신 이민자 어머니의 노력은 시카고 전역에 웰커밍 시티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줬던 사건이었다. 엘비라 아레나노로 불리는 이 여성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과 시카고에 살다가 국경세관단속국에 의해 체포된다. 가짜 신분증을 사용해 오헤어공항에서 일한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시민권자인 아들과 헤어지는 것을 우려한 아레나노는 결국 시카고 훔볼트 파크의 교회로 피신해 1년 가까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2006년 타임지가 그 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아레나노는 난민자 지지 연설을 위해 L.A.를 방문했다가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돼 멕시코로 추방된다. 비극으로 끝나는 것으로 보였던 아레나노의 스토리는 그가 다시 미국으로 입국하고 법원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반전을 맞는다. 아레나노는 지금도 시카고에 살면서 전국적으로 난민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는 이들 서류미비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 웰커밍 시티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시청 공무원과 함께 이민자 지원단체를 중심으로 임시 쉘터 확보와 의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으고 자원봉사자들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타 주에서 밀려온 서류미비이민자들의 지원에 시청의 재원을 전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민간 재원을 이용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민정책은 언제나 찬반이 엇갈린다. 이번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시카고 유입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민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다 보면 국경이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모국의 상황으로 인해 이민 행렬에 동참한 이들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현실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다. 근본적으로는 연방 정부의 국경 정책이 확실히 정립되고 국경을 넘는 이들에 대한 일관적인 정책이 먼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흔들리는 것이 아닌 확고한 이민자 기본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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