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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자동차 서비스의 희소가치

영화 트로이의 한 장면에서 주인공 아킬레스(브래드 피트)는 “신들은 죽을 수 있는 인간을 부러워한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에 모든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라고 한다. 우리 삶이 희소하기에 더욱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적이지 않은 번역과 짧은 지식으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가치가 있는 자원은 희소할수록 그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
 
뉴욕에 계속 사시는 분들보다 잠시 여행하러 오신 분들이 뉴욕 시내 주요 관광지를 더 많이 보고 잘 알게 되곤 하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뉴욕이라는 흥미 있는 장소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희소하기에 더 큰 노력을 들여 여기저기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각종 브랜드의 수많은 회사가 경쟁하는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도 희소가치가 높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사례를 직접 경험하게 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뉴욕에서 살면서 우연히 3개의 다른 회사 자동차를 직접 경험하게 된 결과다.
 
처음 뉴욕에 도착해서는 A사 차를 샀다. 마트에 갈 때도 차가 필요한 이곳에서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겠다 싶어 중고이긴 하지만 제조사에서 보증(Certified Pre Owned)해 주는 양질의 차로 골랐다. 한 1년 정도 지나서 우연히 차 바닥을 봤더니 뭔가가 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서비스 센터에 가서 물어보니 트랜스미션 쪽에 문제가 있다며 차를 놓고 가란다. 2주일이 지나서 언제 수리가 완료 되냐고 물어봤더니 트랜스미션을 다 들어내야 한다며 시간이 더 필요하단다. 한 2주일이 또 지나서 연락이 오더니 무료 렌터카를 그제야 제공해 주겠다고 한다. 한 4주간 차 없이 지내며 1시간씩 버스를 기다리고 걸어서 배낭을 짊어지고 생필품을 사 오곤 했으나 미국은 원래 그러려니 했다.
 
사무실 차는 B사 차였다. 담당 직무 변경으로 차량 관리도 맡게 되었는데 정비를 할 때가 되었다. 예약하고 갔더니 엔진오일 정비 같은 간단한 정비이지만 일단 무료 렌터카를 주고 몰고 가라고 했다. 몇 번을 정비하러 갔으나 무료 렌터카의 차종만 달라졌을 뿐 나를 걸려 보내지는 않았다. 한 번은 급하게 정비할 일이 있어 담당자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 내일 당장 갈 수 있냐고 문의했더니 경미한 사고가 난 렌터카가 있는데 운행에는 지장이 없으니 이 차라도 괜찮으면 와도 된다고 했다. 정비 예약하려면 한 1주일은 항상 기다려야 하는 A사와는 확연히 달랐다.
 
사무실 차를 바꿀 때가 되어 B사와 C사 차를 같이 알아보게 되었다. 여러 개의 견적을 뽑아야 했기에 같은 회사에서도 다른 딜러 가게를 둘러봐야 했다. 일단 C사 차의 경우는 딜러와 예약 자체가 힘들었다. 한 딜러 가게는 예약이 아예 안 되어 무작정 찾아가서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복수 견적이 필요하기에 견적을 뽑아서 사본을 달라고 요청해도 거래를 하는 고객에게만 인쇄해 준다는 식의 답변을 받곤 해서 명함 뒷면에 불러주는 견적 내용을 적어야 하는 때도 있었다.
 
B사 딜러 가게를 둘러 볼 때는 이와 달랐다. 딜러와 예약하기도 쉬웠고 한번은 기존 차를 몰고 딜러 가게에 도착했더니 정문 근무자가 차량 문을 열어주며 일면식 없는 내 이름을 불러주기도 했다. 견적 내용을 인쇄해 달라는 요청도 두말없이 다 뽑아 줬다.
 
모든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B사의 서비스는 자동차 판매 및 정비라는 시장에서 높은 희소가치를 갖고 있었다. 양질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약간 높은 비용 지출을 아깝지 않게 했다.
 
경기가 안 좋더라도 가치 있고 희소한 자원에 대한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스스로 희소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현 / 뉴욕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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