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최장수 초콜릿 가게' 운영하는 한인 자매들 사연 "이승만 대통령 비서였던 아버지 생각하면 눈물 나요"
'초콜릿 초콜릿' 진저 박- 프란시스 박 사장
한국전쟁 당시 소중했던 초콜릿의 기억
"망해도 맘껏 먹어 보자" 엄마와 사업 시작
자매의 아버지는 이승만 대통령의 개인 비서였던 고 박세영 박사. 진저 씨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아버지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박세영 씨는 도미해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은행에 입사해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국장급까지 승진했다. 진저 씨는 "제3공화국 초기 박정희 대통령의 눈에 띄어 귀국을 권유 받았지만, 잠시 머물던 하와이에서 뇌출혈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라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프란시스 씨도 아버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아버지는 우리의 전부"라고 밝힌 프란시스 씨는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했고, 결국 어머니와 DC에 초콜릿 가게를 해보자,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이 초콜릿 가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에 아버지가 재직하면서 자리를 잡았던 곳은 버지니아 페어팩스다. 진저씨는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이름이 ‘진저’가 됐고, 언니는 부모님이 미국에 처음 밟은 땅이 샌프란시스코여서 ‘프란시스’가 됐다고 했다. 이후 현재까지 자매는 페어팩스에서 살고 있다.
프란시스씨는 “유치원때부터 버지니아 공대를 졸업하던 1977년까지 한국인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라며 “자라면서 동양아이도 보기가 힘들어 일본인 친구 2명을 본 것이 유일했어요. 그래서 항상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은 노골적으로 저를 싫어했어요. 그래도 공부를 특출나게 잘해서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전교 회장도 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쓰기 시작해서 상을 타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박자매는 초콜릿 가게를 운영할 뿐 아니라 다수의 상을 휩쓴 작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자매는 회고록, 단편집, 요리책, 동화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출판하고 동화 부문에서는 상을 5개나 탔다. 가장 처음 쓴 동화책은 2010년에 출판된 '나의 자유 여행(My Freedom Trip)'으로 16세 여자아이가 전쟁 중에 북한에서 남하하는, 자매의 어머니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2023년 3월에 출판예정인 동화책의 제목은 '할아버지의 두루마리(Grandpa’s Scroll)로 워싱턴 DC에 사는 손자와 한국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 간에 편지를 주고 받으며 친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회고록으로 출판한 책은 26개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어 미국에서 한인2세로 자랐던 이야기, 아버지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어머니와의 추억 이야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26개의 단편은 오프라 매거진에서 연재를 했고, 2017년에는 '최고 미국 에세이' 상을 받기도 했다.
“하루는 초콜릿을 사러 온 고객이 상점 벽면에 걸려있는 동화책 중에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이 있는 것을 보고 아들이 학습장애가 있었는데 저희가 쓴 동화책을 보고 학습장애를 거의 극복하다시피 했다고 말해줬어요. 앞으로 초콜릿은 저희 가게에서만 산다고 말하고 갔습니다. 너무나 기쁜 순간이었죠”라고 진저씨가 말했다. 끝어로 자매는 “처음 책을 쓸 때만 해도 한국적인 컨텐츠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그래서 과거에 쓴 책을 다시 출판하자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죠. 내년에 'When my sister was Cleopatra Moon'이라는 책을 재출판할 계획이에요. 앞으로 우리 책이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한국 사람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져줘서 참 기뻐요”라는 소감과 바람을 전했다.
김정원 기자 kimjungwon1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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