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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내 강아지

강아지풀의 감촉은 온전히 강아지의 느낌이다. 강아지는 언제 보아도 보드랍고 귀엽다. 엄마 개의 젖을 먹고 있는 토실토실한 강아지들은 정말 귀엽고 보기 좋고 내 강아지로 갖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한 배에서 태어난, 사람이면 쌍둥이들인데, 어린 것들이 그러나 생김새, 성격. 색깔이 모두 다르다. 갸름하고 신경질적인 녀석, 통통하고 느긋한 녀석, 작아도 동작 빠른 녀석, 굼뜨게 움직여 언제나 끄트머리에 서는 녀석 등 이런저런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린 시절 그런 강아지 중에 한 마리를 골라 “이건 네 것 해라”하는 말을 들으면 그 녀석이 갑자기 더 이쁘게 보이던 기억이 살아난다. 내 강아지 안고 뿌듯해하던 그 시간이 아마 작은 행복이었을 것 같다.
 
 가끔은 이웃집에서 분양받은 어린 강아지를 데려온 첫날 밤 어미와 난생처음 떨어져 낯선 곳에서 혼자 자야 하는 두려움에 밤새 깽깽거리면 살그머니 안고 들어와 이불 속에 넣고 같이 자려고 했다. 그러다 어른들의 눈에 띄면 개는 밖에서 키워야 한다며 내쳐지기도 하고 그럴 때 시계를 넣어주면 그 째깍 째깍 소리에 잠이 든다고 하여 강아지 집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새로운 주인과 친해지면 강아지들은 언제 끙끙거린 밤이 있었냐는 듯 아이들과 천방지축 마당을 휘젓고다닌다. 아이들에게 내 강아지 여기 있다 하는 즐거움을 주며 그렇게 식구가 되어간다. 가축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친구가 되는 내 강아지 자리가 거기에 있다.
 
 사람과 가장 먼저 동거한 동물이라고 여겨지는 내 강아지는 다른 가축과 달리 직접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별로 없다. 추운 지방에서 썰매 끄는 힘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동네에서의 경우이고 대체로 그저 친구가 되어주는 역할에 그친다. 그런데 이 친구가 되어 준다는 역할이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에게 귀중한 동행이 되고 미국 서부개척 시대 험난한 여정에도 마차 옆을 따르는 동행으로 같이 가고 있고 산속에서 혼자 산다는 자연인의 보금자리에도 꼬리를 흔들며 같이한다.
 
그냥 옆에 있어 친구가 되어주는 어찌 보면 아주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내 강아지들이다. 이상한 세상이 되어 가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홀로 사는 생활에 필연으로 따라오는 외로움 혹은 고독감이나 정신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때 중요한 해결책의 하나로 내 강아지가 권장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안정을 찾는 길이 되고 있다.
 


 요즈음은 많은 한국인이 한국에서 내 강아지를 데려온다. 버려진 강아지를 돌보는 기관을 통하여 신청하고 심사받고 하는 절차를 밟아 분양을 받는다. 비행기 여행객의 손을 빌려 전달되는 녀석들은 꼭 잘 생기고 예쁜 녀석들만은 아니다. 여기 텔레비전에 소개되는 경연대회 참가견들을 보면 정말 훌륭한 몸매에 잘 다듬은 귀한 강아지들이 보인다. 그런 것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애지중지 돌보고 함께하는 것은 내 강아지라는 이유인 것 같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많은 여우와 많은 아이중의 하나였지만 서로 알게 되고 특별한 사이가 되면 특별한 여우이고 특별한 아이로 만나는 것이 된다는 뜻일 것 같다. 아주 작은 어린아이가 아주 커다란 강아지의 늘어진 귀를 마구마구 잡아당기며 놀 수 있는 것은 특별한 관계가 되어버린 내 강아지 사이이기 때문이다. 내 강아지이기 때문에 가장 귀여운 것이고 언제나 옆에서 놀아주고 언제나 주인에게 친절하고 다정하다. 세상에 수많은 내 강아지를 생각하면 삶의 한 켠이 따뜻해진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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