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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국 외교력 시험대 된 전기차

김동필 논설 실장

김동필 논설 실장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서명한 뒤 “미국의 승리”라며 흥분했다. 기후변화, 의료 혜택 등에 대한 획기적 투자로 “미국의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설명이 따랐다. IRA 덕분인지 30% 중반이던 바이든의 지지율은 40%대로 다시 올라섰다.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승리라는 분석도 나왔다. 민심을 확인한 바이든은 “IRA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한 명도 없다”며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의 분위기도 좋아졌다. 11월 중간선거의 패배를 걱정하다 ‘해볼 만 하다’로 달라졌다. 공화당은 최소한 연방하원에서의 다수당 복귀를 노리다 암초를 만난 셈이다.  
 
그런데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IRA의 유탄이 날아들었다. 전기차 텍스 크레딧 혜택(신차 7500달러, 중고차 4000달러) 대상에서 현대,기아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미국산 주원료로 제작된 배터리 사용 차로 대상을 제한 한 탓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기아 전기차는 한국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세를 보이던 현대, 기아의 타격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대에서 올 상반기 9%대로 급등했다.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개 전기차 모델에도 3개나 포함됐다. 그러나 텍스 크레딧 대상에서 제외되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테슬라를 IRA 최대 수혜 업체로, GM,포드도 승자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포드의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했다. 현대,기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IRA가 시행되면 포드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에게도 역전 당할 것이 뻔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한국 방문시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 등 총 1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푸념이다. 문제는 현대의 미국 전기차 공장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2025년에나 가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에 대표단을 급파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규정을 바꾸거나 시행 유예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언론들은 ‘협상에 긍정적 반응’ ‘개선 논의 합의’ 등 희망 섞인 보도를 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선거가 코 앞이기 때문이다. IRA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최대 실적으로 홍보되는 상황에서 내용 수정이나 시행 유예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 정부에도 기회는 있었다. 지난달 초 있었던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 의장의 한국 방문도 잘 활용할만 했다. 물론 당시 IRA는 이미 의회에 상정된 상황이었지만 의회의 실세인 하원 의장에게 한국의 입장이 직접 전달됐더라면 조금은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40분 전화통화’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또 하나는 주무 부처의 잘못이다. IRA의 전기차 텍스 크레딧 관련 내용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 있었으면서도 간과했다면 직무유기다.  
 
국제 관계에서 정치와 경제적 이해관계는 언제나 궤를 같이하지는 않는다.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국제 관계에서 한미동맹 강화가 최우선 순위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대미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동필 / 논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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