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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엑켈스의 나비 효과

엑켈스(Eckels), 열렬한 민주 당원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막 끝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 극보수 전제주의적 성향의 공화 후보를 누르고 민주당이 이긴 선거였다.  그는 민주당 후보 당선을 자축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육천육백만 년 전의 지구로 떠나는 시간 여행.  그 곳 그 시간에 돌아가서 총으로 공룡을 잡을 계획이었다.
 
기분 좋게 떠난 시간 여행이었는데 지구로 돌아와 보니 떠날 때 그 지구가 아니다. 선거 결과가 바뀌어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미국 사람들이 쓰는 언어조차 낮 선 액센트의 영어로 바뀌었다.    
 
레이 브래드베리 (Ray Bradbury)의 소설 ‘천둥 소리 (A Sound of Thunder)’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소설 속에서 역사가 바뀌게 된 것은 엑켈스가 육천육백만 년 전의 그 장소에서 나비 한 마리를 밟아 죽인 것 때문이었다. 그 나비 한 마리가 죽어 버림으로써 그 후손 수 천억 마리가 태어나지 못했고, 그 수 천억 나비를 잡아먹고 살아야 했던 새, 그리고 그 새와 그 후손들을 먹고 살아야 했을 다른 동물, 그리고 그 동물에 의존해서 살았어야 할 인간들이 지구 상에 태어나지 못했거나,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을 터이다. 그래서 엑켈스가 사는 2055년 미국이 다른 모습이 된 것이다.  
 
하찮아 보이는 엑켈스의 행위, 즉 그의 업이 육천육백만 년 동안 증폭되어서 그에게 돌아온 것이다. 나비 한 마리의 죽음이 이리 저리 얽혀서 지구의 생태계와 인류의 역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오게 된다.  업을 지으면 반드시 과가 있다. 세상 만사가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 업보는 한없이 넓고 클 수도 있다.
 


필자도 최근에 삼십 년 묵은 업의 과보를 제대로 받았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서 주 차량국(DMV)에 갔다가 운전면허 발급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연방정부의 기준에 부합하는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증 발급은 좀 까다롭다. 규정에 따라 이러 저러한 서류들을 챙기고 어렵게 차량국까지 갔다. 삼십분쯤 대기, 그리고 창구 대면, 서류 확인, 시력 검사….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그런데 마지막에 딱 걸렸다. “애리조나 주에서 티켓을 떼셨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애리조나 차량국 전화 번호를 준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면허를 줄 수 있어요.” 삼십 년 전 애리조나 시골에서 과속으로 잡힌 적이 있었다.  마침 당시 캘리포니아 면허가 하루 전에 만료가 된 상태라서 무면허 운전으로 티켓을 받았었다.  
 
그 티켓이 부활하여 나의 덜미를 잡은 것이다. 다행히 10달러 짜리. 그런데 온라인으로 지불하려면 소셜시큐리티 카드 카피를 올리라는 것이었다. 한 일주일 고생해서 카드를 받고 돈을 내고 며칠 기다리다가 또 한번 차량국에 가서 면허 신청을 끝냈다.  
 
소설 속의 엑켈스가 겪은 나비 효과는 업보와 세상 만사 삼라 만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화엄 세계의 법계 연기이다. 내가 겪은 황당한 일도 작은 스케일의 나비 효과, 업이 있으면 반드시 과가 따른다는 엄정한 업보의 진리를 깨닫게 하는 가르침이다.

김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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