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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산도, 물도, 마음도 '울긋불긋'

한국 단풍여행

한국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찾아오는 설악산의 절경. [아주투어 제공]

한국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찾아오는 설악산의 절경. [아주투어 제공]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가 코앞이다. 곧 더위가 가시고 신선한 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가을 여행지는 뭐니 뭐니 해도 대한민국이 최고다. 울긋불긋 가을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국의 산과 나무, 청명한 하늘과 바람, 그리고 가을 진미들….  
 
세계 어디에 다녀봐도 한국의 가을 단풍과 겨눌만한 곳은 별로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산이 험해서 '악!' 소리가 난다는 '악산'의 대표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그것도 가장 진한 단풍을 펼쳐보인다. 붉은 물감을 통째로 쏟아부은 듯 제대로 불붙은 홍단풍에 마음마저 붉게 물든다. 겹겹이 단풍 터널을 이루는 설악산에 서면 가을이 통째로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다. 거칠고 웅장한 산세와 신비한 단풍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설악산은 지구에서도 손꼽히는 단풍 명산이라 할 수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면 권금성이다. 고려 고종 40년(1253년),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졌고 이때 권 씨, 김 씨 두 장수가 하룻밤에 성을 쌓았다고 해서 권금성이라 불린다. 정상인 봉화대에 오르면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오색 창연한 단풍과 울산바위, 동해바다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취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은 오대산과 월악산, 속리산을 거쳐 가야산, 지리산으로 남하한다.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경북 문경새재에는 아름다운 단풍 사이로 사과 향기가 달큼하게 퍼진다. 그림 같은 단풍 길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옛 성곽 길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관문 앞에 이르면 너른 들녘에 튼실하게 쌓인 성벽과 관문, 그 뒤로 병풍을 두른 듯한 백두대간의 산자락들이 눈앞에 우뚝 서 있다. 길가에 꽃처럼 피어 있는 붉은 단풍과 은행나무는 가을의 정취를 풍성하게 하고, 함께하는 개울은 잔잔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뽐낸다.
 
금오산 최정상 봉우리인 현월봉도 울긋불긋 단풍 옷으로 갈아입고 여행가들을 반긴다. 명물인 케이블카는 1974년에 개통되었다. 절경인 대혜폭포 인근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어 무릎이 아픈 어르신도, 갓 걸음마를 배운 어린아이도 부담 없이 단풍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호남 5대의 명산인 내장산과 부안 내소사, 천년고찰 백양사, 수려한 산세의 강천산 군립공원에도 여지없이 단풍이 물들 것이다. 한반도를 따라 즐거운 단풍 산책, 단풍놀이를 즐겨보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모국의 가을은 곱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맛도 참 좋다. 전주의 비빔밥, 안면도의 꽃게탕, 법성의 영광굴비, 담양의 대통밥, 벌교의 꼬막정식, 제주의 통갈치조림과 흑돼지구이, 거제의 구로쌈밥, 안동 찜닭에 이르기까지 지역별 최고의 밥상을 만날 수 있으니 '미각여행'이라 불러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겠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올 가을, 홍시 빛으로 탐스럽게 익어가는 대한민국으로 단풍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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