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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부메랑 던지기

내가 아는 이름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저녁이다/ (…) 여기선 누구나 상처 주는 일을 천직으로 하기 때문에/ 언제든 타인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 사랑을 외치면 조금은 덜 외롭고 덜 무섭다/ 돌을 던지는 사람의 말아쥔 손에서/ 그가 내팽겨쳐지는 놀이와 깊이가 한꺼번에 추락한다/ (…) 커다란 반원 모양으로 허공을 자르며/ 수십만 개의 부메랑이 돌아온다  
 
- 최금진 시인의 ‘부메랑’ 부분
 
 
 
부메랑은 원시시대부터 사용된 도구로서 나무로 만들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남부에 살았던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무기의 하나다. 기억자 모양의 굽은 나무 막대기인데 목표물을 향하여 회전하면서 날아가고 목표물에 닿지 아니하면 되돌아온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단어로 쓰인다. 어떤 계획 또는 행위가 원래 의도한 목적을 벗어나 계획 입안자나 행위자 측에 불리한 결과를 미치는 것을 부메랑효과라고 한다.
 
사랑은 캐치프레이즈처럼 도처에 걸려 있지만 정작 사랑을 쉽게 만나지는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사랑을 외치면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덜 무섭다”라는 구절은 외로움이나 불안을 이기기 위한 방법은 오직 사랑 아니냐는 말이리라.
 
요즘은 공동체 어디서나 갈등이 많다.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인 태클 걸기도 있겠고 기선제압이라는 기 싸움으로 갈등이 커진다. 국가라는 큰 공동체는 물론이거니와 교회나 협회 같은 작은 공동체도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비슷한 갈등에 휩싸인다. 갈등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의 꼬리를 물고 말을 타격하는, 공격적 대응으로 본질은 외면되고 어느 사이 갈등의 원인조차 모호한 싸움을 하곤 한다.  
 
갈등의 끝에 화합이라는 목표지향점을 놓아두기보다 무조건 서로 밀어내며 편을 가르는 식이어서 갈등이 한 번 시작되면 접점은 없고 파국에 이르기에 십상이다.  
 
사람의 깊이가 점점 사라지는 것일까. 존경의 대상을 찾기도 어렵다. 이거야말로 이 시대의 우울이고 비애다. 우리 모두의 참담함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스스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잃어버린 탓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상대에게 상처 주는 일이 천직인 사람인 것처럼 격하게 말하고 사납게 행동하는 나는 과연 얼마나 믿을만하고 얼마나 정제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의 허물을 각질 벗기듯 벗겨내며 신상털기라는 비열함으로 일관하는 것은 피차 서로의 얼굴을 향해 부메랑을 던지는 꼴이겠으니 말이다.
 
부메랑은 되돌아오는 게 목적은 아닐 것이다.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다 적중하는 것이 임무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는 엇나가고 빗나가기가 일쑤이다. 빗나간 화살은 사라지지 않고 힘을 키워 처음보다 더 무섭고 맹렬하게 되돌아오더라는 부메랑의 교훈을 새겨 본다.  
 
내가 지금 날려 보내고 있는 핏발선 시선이나 가시 돋친 말이 목표를 빗나가 어느 날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향한 정죄나 비난이 어떠해야 하는지 조금은 명백해진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린 마음의 빈곤을 겪고 있기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외롭고 불안하다. 그래서 사랑을 갈망하게 되는데 정작 사랑을 택하기보다 놓치고 마는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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