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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복절’엔 통절(痛切)하게 아파야 한다

오늘은 해방 제77주년 광복절이다. 요즘 우리 조국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나라 안팎 사정은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새 정부 첫 번째 광복절을 맞는 마음은 많이 무겁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한인들도 오늘 태극기를 들고 그 뜻 깊음을 되새길 것이다. 광복절은 나라를 잃고 떠돌던 망국(亡國)의 백성이 나라를 되찾고 어엿한 내 나라의 국민으로 재출발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이후 600년간의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이들은 누구였을까? 아마 1580년쯤 태어나 1650년까지 약 70여 년 간 살았던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10대에 임진왜란을 겪었고, 40대에 정묘호란을, 50-60대에 병자호란을 맞았다. 기록에 남아 있는 당시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징비록(懲毖錄)을 저술한 서애(西厓) 류성룡은 ‘굶주림이 만연하고 역병까지 겹쳐 대부분 죽고 백 명에 한 명꼴로 살아남았다’고 그때의 참상을 기록했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때도 마찬가지이다. 인조실록에 보면 후금 군대가 철수하면서 백성을 어육으로 만들고 수만 명을 잡아가서 노예로 팔았다고 전한다.
 


그 다음으로 살기 어려웠던 시기는 아마도 대한제국이 망하기 직전인 19세기 후반일 것이다. 그때도 중국과 일본이 들어와 나라를 도륙 내었다. 일본군이 동학혁명에 참여한 농민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계곡과 산마루는 농민 시체로 하얗게 덮였고, 개천은 여러 날 동안 핏물이 흘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우리 민족의 수난사는 6·25 전쟁을 비롯해 수없이 많다. 그런데 참으로 부끄럽게 이들 수난사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모르는 채 내부에서 서로 편을 갈라 열심히 싸우다가 모조리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 조국은 100년 전 잠시나마 지도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그때 우리 국민은 제대로 저항 한번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 나라를 남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이 치욕의 역사를 생각하면 우리는 절치부심해야 하며 매년의 광복절이 감개무량할 수 만은 없어야 한다. 오히려 통절한 자기반성이 함께 뒤따라야 마땅하다. 그래서 광복절에는 ‘고난절(苦難節)’의 의미가 보태져야만 진정한 ‘광복’의 의미도 깊어진다.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될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왜 그리 되었는지 그 이치를 깨닫고 뼈저리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왜냐면 한 번 일어났던 일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구와 손잡거나 아니면 어느 한 편과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 중기부터 시작하여 중국 편에 섰던 수백 년, 그 후 일본에 인질로 잡혔던 수십 년 동안 일부 권력층을 제외한 대다수 백성은 불우했고 가난했다. 해방 후 중국과 일본이 고개 숙인 사이, 그나마 미국의 인도로 세계로 나온 우리는 지난 70여 년 처음으로 잘살 수 있었다.  
 
국제사회의 냉혹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 한반도의 운명이 또 다시 우리가 아니라 미·일·중·러에 의해 좌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여전히 한 물 간 이념 싸움에 매달려 내부적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사 반복의 이치를 모르고 뼈저린 반성 없이 다시 또 우행(愚行)을 저지른다면, 역사는 무늬만 바뀔 뿐 우리에게 또 한 번 ‘노예의 굴레’를 덧씌울지도 모른다.  

손용상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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