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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 '밀키트' 470명 집단 간염…뒤늦게 리콜·오염성분 회수

배달업체로 분류 규제 없어
위생 및 보존상태 확인 필요

밀키트 업체 데일리하비스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 광고. [데일리하비스트 웹사이트]

밀키트 업체 데일리하비스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 광고. [데일리하비스트 웹사이트]

코로나19로 외식이 힘들어진 후 포장지 안에 손질된 식재료를 레시피대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Meal-Kit)' 구입자들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식품 배달 과정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밀키트는 연방 정부의 규제를 별도로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LA타임스는 '데일리하비스트'에서 밀키트를 사서 먹던 LA 주민 재키 슬로보다(36)가 최근 자가면역성 간염에 걸려 죽을 뻔했던 사연을 12일 보도했다. 슬로보다는 이 회사에서 렌틸콩으로 만든 신메뉴를 시도하고 며칠 뒤 전신 가려움증과 칼에 찔린 듯 쑤시는 복통, 황달 증세를 겪고 피부와 눈이 누렇게 변해 응급실에 실려가 사흘 넘게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알고보니 이 제품은 슬로보다가 구입하기 전날 리콜됐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소식이 전달된 건 판매 후 5주 이상 지난 후였다.
 
기사에 따르면 가주에서만 34명이, 전국적으로는 470명이 동일한 제품을 먹고 감염됐으며 이중 113명은 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또 26명이 담낭 제거수술을 받고 8명은 간 조직검사를 받았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슬로보다는 "자동차 사고를 경험했을 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너무 화가 나고 내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케이스는 미국내 150억 달러 규모의 밀키트 업계에서 최초로 보고된 대규모 집단 감염 사례다. 또 다른 케이스는 '리바이브 수퍼푸드' 사가 온라인에서 판매한 파인애플-망고 스무디를 구매한 소비자 29명이 식중독에 걸린 사건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블루애프런'과 '헬로프레시'는 밀키트에 사용된 양파에서 살모넬라균이 발견돼 수천 개의 제품을 리콜했으며, '디시틀' 사가 제작한 주스에서는 A형 간염균이 발견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을 특별히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받은 즉시 데울 수 있는 식사나 조리법 키트를 배송하는 대부분의 밀키드 업체는 배달업체로 등록돼 식품의약국(FDA)의 규제를 별도로 받지 않고 있다.
 
밀키트에는 야채 뿐만 아니라 식중독에 취약한 육류.생선 등 온도에 민감한 식재료가 포함된 경우가 많아 배송 단계에서부터 취급에 주의를 해야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저녁까지 높은 온도가 유지될 경우 냉장 상태로 배달한다고 해도 부패하거나 식품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빌 말러 변호사는 "이는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어떤 요소가 질병을 일으키는지 모르고 사람들은 그걸 먹는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밀키트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연방 질병관리통제센터(CDC)에서 내놓은 게 유일하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밀키트 제품이 도착했을 때 온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품은 운송중 차갑게 유지되도록 절연 포장 및 드라이아이스 또는 냉동 젤 팩과 같은 포장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또 부패가 쉬운 제품은 냉장.냉동 상태로 도착해야 하는데, 얼음 결정이 보이는 상태로 부분적으로 냉동되거나 적어도 냉장고에 있는 것처럼 차갑게(화씨 40도 이하) 도착해야 한다. 부패하기 쉬운 식품이 완전히 조리된 경우에도 차갑게 보관된 채로 와야 한다. CDC는 가능한 밀키트를 직접 수취해 곧장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하고, 만일 도착한 제품의 온도가 화씨 40도 이상일 경우 섭취하지 말고 회사에 연락한 후 버릴 것을 안내하고 있다.
 
☞밀키트란 'Meal(식사)+ Kit(키트 세트)'의 뜻으로 신선한 식재료가 손질된 후 포장돼 있어 레시피대로 조리하면 하나의 완성된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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