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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윤석열의 ‘펠로시 패싱’ 이해하기

지난 3~4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닷새간 방문한 5개국에서 국가 정상과 면담하지 못한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앞서 미국 하원의장은 1997년, 2002년 방한했다. 1997년 3월 뉴트 깅그리치 의장은 김영삼 대통령을 예방했고, 2002년 1월 데니스 해스터트 의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다. 한국 선례로도, 최근 주변국과 비교해도 윤 대통령 선택은 이례적이다.
 
나는 그 선택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휴가였고, 미국 측이 이해했다는 요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도 제 분야에서 이 정도 일이 생기면 일정을 조정한다. 하원의장 방한은 20년 만이다. 당초 계획한 지방 일정이 취소돼 서울에 있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이 “스테이케이션(집에서 보내는 휴가)” 중이었다는 사실은 외신을 타고 미국으로도 전해졌다. 영어에서 이해한다는 말은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왕좌왕하는 대통령실은 신뢰를 떨어뜨렸다. 펠로시 도착 당일에는 대통령이 휴가여서 만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가 다음 날 아침 급히 전화 통화를 잡았다. 대통령이 국회의장의 카운터파트를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강승규 시민사회수석)는 잘못된 주장도 전파를 탔다.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만나지 않기로) 결정한 것”(최영범 홍보수석)이라는 발언은 중국 눈치를 보는 것으로 오해를 살 만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일본 방문 후속 조치로 의회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아시아 순방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넘어 “재건”하겠다는 윤 정부로서는 행정부와 동격 기관인 의회와 협력 강화는 필수다. 자유민주주의 가치 공유를 내세운 ‘가치 외교’ 실천에도 펠로시만한 상대방이 없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외교도 상호적이다. 윤 대통령에게 패싱 당한 펠로시 의장은 도쿄에 가서 속내를 비쳤다. 기자회견에서 각국 방문 성과를 설명하면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대만·일본에서 정상들과 교류를 강조하더니 한국에는 “우리 군인 2만8000명”을 보러 갔다고 말했다. 40분간 전화 통화한 윤 대통령을 펠로시가 패싱한 것으로 들렸다.
 
펠로시가 미군을 숫자로 언급한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미국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독단적으로 감축할 수 없도록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아래로 줄일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한국 방위의 기초를 미국 의회에 빚지고 있는 셈이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동맹과 한국의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축이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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