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아테나의 목소리
‘The Laws of Human Nature(인간 본성의 법칙 - Robert Greene)’를 읽고 있다. 9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저자가 인간의 본성을 18개 항목으로 나누어 우리의 내면을 심오하게 파헤친다. 이 책 제목이 주는 위압감에 나는 과연 이 나이에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방자함과 차라리 젊은이들이 인생사를 이해하는데 필독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마다 역사에 남은 인물들을 예로 들어 삶과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었다.첫 페이지의 서문에 ‘뜻밖에 아주 야비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 내지 마라. 그냥 지식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라. 인간의 성격을 공부해가던 중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새로 하나 나타난 것뿐이다.’ 쇼펜하우어의 이 서술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수많은 감정의 기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내보내는 여러 신호를 더 잘 이해함으로써 인간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다. 사람들은 하는 말보다 뿜어내는 에너지나 행동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하면 당신 안에 있는 인간 본성의 위력을 깨닫게 되고 부정적인 측면을 바꿀 수 있다. 타인에게 더 공감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주위 사람과 더 깊고 만족스러운 유대관계를 만들 수 있다.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1부는 비이성적 행동의 법칙으로 나를 지배하는 감정을 극복하는 법을 알려준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이를 냉철하게 분별할 수 있는 이성적 자아를 끌어내는 법을 알려준다. 당신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최선을 다해 의식적으로 당신의 인생을 설계한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인간은 감정이 얼마나 뿌리 깊이 당신을 지배하고 있는지 모른다. 감정은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당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믿게 한다. 감정에 치우쳐 한번 방향이 틀어지면 부정적인 폭이 계속 커지게 된다. 이성이란 이런 감정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해주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성은 저절로 발휘되지 않는다. 개발과 훈련이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이를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 저자는 한 예를 든다. BC 463년경 페리클래스가 등장해서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전쟁에 전무후무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전략을 제안한다. 그 전략은 정치적 환심을 사는 대신 대규모 공공 건축 사업을 추진한다. 그는 파르테논 신전과 그 안에 12m의 아테네 여신상을 건설한다. 아테네 여신은 아테네의 수호신으로 지혜와 실용적 지식을 상징한다. 그는 도시국가 아테네의 정신과 외양을 모두 바꿔 놓았고 아테네는 과학과 예술의 전 분야에 걸쳐 황금기에 접어든다. 그는 제국의 단결을 위하고 기존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또한 ‘제가 두려운 것은 상대의 전략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실수입니다.’라고 고개 숙여 말하고 제국 확장과 같은 무리한 일은 추진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결국 지혜로운 페리클래스의 판단이 승리했다. 인간은 무언가를 숭배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이었고 그에게는 ‘누스(nous)’ 즉 지성이었다. 인간의 지능이 곧 누스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가 숭배하는 지성이 현현된 모습, 그게 바로 아테나 여신이었다. 그는 감정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는 결코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시간을 갖고 내면을 진정시킨다. 서서히 아테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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