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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미 통화스와프

2008년 10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첫 체결 ‘축포’를 터뜨린 직후 일이다. 불만은 한은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공식 발표일 하루 전에 기재부가 체결 사실을 흘리고 모든 공이 기재부에 있는 양 거짓 회견을 했다는 비판이었다.
 
기재부도 가만있지 않았다.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한은이 막상 체결되고 나니 딴소리를 한다며 반박했다. 양측 수장을 겨냥한 원색적 비판, 책임자 경질론까지 물밑에서 오갔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위기 극복엔 부처 간 경계가 없다.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공개 경고에 나설 정도였다.
 
‘누구 공이냐’를 두고 양대 기관이 낯 뜨거운 다툼을 벌일 만큼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의 화력은 대단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달러당 1500원 가까이로 추락했던 원화가치가 통화스와프 체결 이틀 만에 200원 넘게 수직 상승(환율 하락)했다. 필요하면 언제든 300억 달러까지 원화로 맞바꿔 인출할 수 있다는 협약의 효력은 컸다. 이름도 낯선 통화스와프가 한국인 머리에 각인된 건 그때다.
 
지난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외환시장이 불안한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물론 옐런 장관은 통화스와프에 대한 직접적 언급 없이 한국을 떠났다. 예견된 일이다.
 


통화스와프에 대한 전권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쥐고 있다. 재무부가 체결하라, 마라 할 처지가 아니다. 미 재무부 격인 기재부가 외환 제도·협력 정책도 총괄하는 한국과는 한참 다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난감한 처지를 한 문장으로 축약했다. “옐런 장관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겠다고 발표하는 건 한은 총재도 아닌 추경호 부총리(기재부 장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옐런 장관을 붙잡고 통화스와프를 체결해달라는 것 자체가 코미디란 얘기다. 14년 전 선배들이 했던 과잉 홍보의 대가를 지금 기재부가 치르고 있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시장에 좋겠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2008년에도 반짝 효과만 봤고 한국은 금융위기 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미 회담이 있을 때마다 통화스와프를 두고 변죽만 울리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

조현숙 / 한국 경제정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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