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피플스 마켓' 화제] 노숙자촌 한복판 '친절 백화점'

한인 대이어 27년 운영
한·흑 직원 팀 이뤄 나눔
치유로 지역사회 변화

 LA 다운타운 노숙자 지역 스키드로에 위치한 리커 스토어 '피플스 마켓' 대니 박(왼쪽) 사장이 물건값 계산을 하고 있다. 박 사장은 마켓을 찾는 수많은 손님의 이름을 불러주며 친근함을 표시한다. 김상진 기자

LA 다운타운 노숙자 지역 스키드로에 위치한 리커 스토어 '피플스 마켓' 대니 박(왼쪽) 사장이 물건값 계산을 하고 있다. 박 사장은 마켓을 찾는 수많은 손님의 이름을 불러주며 친근함을 표시한다. 김상진 기자

계산대 앞에 방탄유리가 없다. 손님과 업주 사이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투명 비닐뿐이다.
 
그 앞으로 끊임없이 오가는 손님들을 업주 대니 박(38) 씨가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는다. 노숙자 거리인 LA 다운타운 스키드로 한복판에서 박 씨가 운영하는 ‘스키드로 피플스 마켓(Skid Row People’s Market)''의 모습이다.
 
낙서 등으로 지저분한 거리와 달리 가게 안은 깨끗한 진열장에 야채와 과일까지 다양한 식료품이 잘 정돈돼 있다. 여름에는 얼음, 겨울에는 따뜻한 양말에 텐트도 구할 수 있을 만큼 없는 게 없어 단골들은 이곳을 ''백화점(Everything Store)''으로 부르기도 한다.
 
LA타임스는 26일 자 1면에 피플스 마켓이 식료품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박 씨와 30대 흑인, 70대 한인 시니어 종업원들이 한팀을 이뤄 정치인들의 외면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삶을 사는 주민들과 노숙자들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그들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지역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2세인 박 씨는 UC샌디에이고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다 아트 스쿨로 옮겼다. 꿈에 그리던 나이키 회사의 디자이너로 취업했지만 쉼 없이 일하는 일상에 지친 그는 부모(메이·밥 김)가 1995년부터 운영하던 베스트 마켓을 2015년 인수하면서 곧장 스키드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됐다. 1970년대 이민을 와 마켓에서 일한 할아버지에 이어 부모와 친척들도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박 씨 스스로 마켓을 운영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지 않았지만 쉬운 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노숙자와 부랑자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좀도둑이 가끔 나타나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점잖게 타이른다. 이해하기 힘든 각종 정부 통지서 등을 들고 오거나 복지 서비스 신청이 필요한 주민을 돕는 것도 박 씨와 직원들의 몫이다. 가끔 문밖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들을 일으켜 세우는 일도 있다.  
 
또 박 씨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개설한 피플스 마켓 계정을 통해 흑인에 대한 경찰의 인종차별적 공권력 오남용 사건으로 미전역에 일고 있는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 캠페인을 알리기도 하고, 직원들과 함께 떠난 단합대회의 사진을 올려놓거나 스키드로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나 프로그램도 홍보한다.
리커스토어 내부

리커스토어 내부

 
4·29 LA 폭동에 대해 알게 된 후에는 폭동 직전 사망한 흑인 소녀 나탸샤 할린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한쪽에 전시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스키드로에서 사망한 노숙자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가게 밖 한쪽에는 그들의 얼굴을 그려놓았다. 올해도 이들을 위해 제사를 준비할 예정이라는 박 씨는 이러한 모든 활동을 “건강한 삶과 죽음을 맞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내 주변에서 죽음을 많이 보면서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이 서로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찾는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길에서 죽은 노숙자들, 한인 업주로 인해 죽은 사람들, 가게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한인 업주들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서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가난하고 위험하게 보이는 곳이지만 내가 성장하고 살아온 홈 타운이자 역사적인 흑인 지역”이라며 “모두가 동등하게 의료·보건 시스템을 이용하고 교육 혜택을 받으며 취업의 기회를 갖는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되는데 나와 피플스 마켓이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LA타임스는 최근 박 씨와 피플스 마켓의 이야기를 담은 엄소윤 영화감독의 다큐멘터리 ''리커스토어 드림스''가 최근 뉴욕시에서 열린 ''트리베카 영화제''에 출품됐다고 전했다.

장연화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