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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내 시간을 찾아보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숫자를 부여받아 살고있다. 태어나면 주민번호가 주어진다. 받아 든 주민번호는 그사람의 여러가지를 말해준다. 태어난 시대가 드러나므로 어떤 세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자라면서 겪어온  시대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며 지금 어느 산자락에 서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데면데면 만나 인사하면서 바라보다가 주민증 열어보자 하면 금방 관계가 정해진다. 어떤 자세로 서로를 대하여야 하는지 둘 사이의 시간 구성방식이 결정된다. 그러면서 주민번호는 삶의 가지를 치고 이런저런 그림을 만드는 시간을 품는다.
 
 군대 복무를 마친 한국 남자들은 군번이라는 것을 부여 받는다. 그리고 거의 모든 그들이 평생 그 번호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 숫자는 젊은 시절 한때를 비슷한 군번 숫자를 지닌 사람들과 부대끼며 보냈음을 의미한다. 그 번호 부근에서 보낸 시간은 그나름대로 특별한 것을 담고있어 전국 팔도에서 모인 청년들이 한가지 목청으로 부르던 군가처럼 별다른 향수를 담고있다. 다른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군복 속에 끓어 오르던 젊은 때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근무지의 꾸밈없는 공기와 내무반의 시큼한 냄새 속에서 오래도록 전해지는 잎으로 꽃으로 무용담으로 존재한다.
 
 학창시절은 입학년도와 졸업년도와 졸업횟수로 같은 무리를 규정짓는 번호로 따라온다. 같은 숫자 연도에 입학한 친구들은 평생을 함께 간다. 세상을 모르면서도 세상을 아는 듯한 허세도 부리고 그저 자기들의 세상만 보는 창문으로 이런저런 꿈을 그려내던 말 그대로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렇게 만들고 만나던 시간이 얼마나 귀중하고 보물같은 때였는지 훨씬 훗날 깨닫고 웃음짓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입학년도를 나타내는 학번이라는 것으로 같은 시간대에 입학한 처지인 것을 알고나면 어쩐지 초면인데도 친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은 같이 숨쉬던 그때의 공기냄새를 공유했던 까닭이다. 낡은 버스 속에서 흔들리던 시간, 매케한 최루탄 연기를 나누던 시간, 그때 모두 함께 즐기던 노래가락이 흥겹던 시간, 손목 한번 잡기가 어렵던 흑백사진 같은 분위기의 시간, 그보다 훨씬 나중에 스스럼 없이 손잡고 달리던 자유분방의 시간, 그때는 심각했던 쐬주의 시간과 맥주로 바뀌어도 여전히 그러나 색조가 다른 심각함 등으로 학번이라는 번호가 주는 그립고 빛나는 시간이 거기에 있다.
 
 살아온 날수가 쌓이면서 나이를 늘려간다. 비슷한 나이 숫자를 공유하던 숫자적 동료들이 하나씩 퇴장하고 있다. 그들의 퇴장을 보면서 같이 만들던 보물들도 하나씩 사라지고 있음을 본다. 어떤이는 우리시대가 가고 있다고 섭섭해하지만 시대를 공유하며 터득했던 지혜들이 또다른 길에서 반짝거리는 것을 보는 것이 깊은 삶의 의미가 될 것 같다.  2022년을 함께 지나는 사람들로서 젊은이는, 장년의 사람은, 노년의 사람은 이제 그 의미 깊은 숫자를 보며 나름대로 정말로 빛나는 자기의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때를 맞고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부여받은 여러 숫자의 그릇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아내고 무엇을 담아내고 무엇으로 즐거워하고 무엇을 기뻐할 수 있을까. 내손에 숫자를, 시간을 음미한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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