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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왜 그렇게 심각하시나요?"

필자의 어린 시절 한국에서는 어린이날 행사를 대대적으로 했다. 미국에도 어린이날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한국에서만큼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이 미국보다 아이들의 인격과 권리를 더 존중해서일까.  
 
종교인들이 자신을 행복전도사로 자처하고 교회나 사찰들은 흔히 행복발전소로 불린다. 대학에서 행복학 강의가 개설되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못된다. 행복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이 혹시 우리의 삶이 그만큼 행복하지 못하다는 반증은 아닐까.
 
월마트 입구에 붙어있는 광고 속 실종 어린이들이 가족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수십억 사기사건의 피해자들 음주운전의 피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의 크기를 가늠조차 할 수 있을까. 뉴스를 5분만 보고 있어도 ''인생은 고해''라고 하신 부처님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니 이런 거창한 것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이코 같은 직장 상사와 말썽만 부리는 막내 아이에서부터 어제 산 새 옷 큰맘 먹고 칠한 안방의 페인트 색상 아침에 손톱 사이에 박힌 가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다.
 
낮에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던 사람은 저녁 식사 시간에 모처럼 만난 죽마고우와의 술자리를 편하게 즐기기 어렵다. 반가운 친구와의 모처럼 술자리에서조차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억울한 일 자체''이고 둘은 ''그 일에 대한 착심''이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본성을 텅 비어 고요하다는 의미에서 공적(空寂ㆍ텅 비고 고요한) 혹은 진공(眞空ㆍ완전히 텅 빈)이라고 한다. 수행을 통해 마음이 텅 비게 되면 우선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진다. 또한 마음이 텅 비게 되면 환하게 밝아진다. 이를 영지(靈知ㆍ신령스런 지혜) 또는 묘유(妙有ㆍ묘하게 있어지는 것)라고 한다. 형광등이 켜지면 책상 모서리가 훤히 보이기 때문에 더 이상 부딪히지 않듯이 지혜가 생기면 바른 판단과 바른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된다.
 
마음이 비워지면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억울한 일''과 ''억울한 일에 대한 집착'' 모두에서 벗어나 참다운 ''편안함''에 이를 수 있다. 마음을 비워야 하는 실질적 이유이다.
 
근처 명상센터에 방문했을 때이다. 정문에 "왜 그렇게 심각하시나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단순히 견학을 위해 명상센터를 방문한 순간조차 이런저런 생각과 걱정들로 심각해 있던 차에 뜨끔했다. 필자를 더욱 당황하게 한 것은 그 순간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특별한 이유 없이 심각하게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법당입구의 "복잡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당신의 머릿속입니다"이라는 문구에 이르러서는 머리가 멍해질 정도였다.
 
번거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의 책상 앞에 딱 한 가지 법문이 놓여 있는데 그것은 "그대들은 허공이 되라"이다. 본래 텅 비어 한없이 고요하고 그래서 한없이 밝은 본성을 늘 묵상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편치 않을 때 이 법문은 큰 위로가 된다.  
 
"왜 그렇게 심각하시나요? 복잡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당신의 머릿속입니다" 가히 불법의 정수라 하겠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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