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언제든지 비행기를 타고 싶다

헉, 눈을 뜨니 창밖이 훤하다. 전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그리 다짐을 했건만.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새벽 4시까지 뜬 눈으로 지내다 새벽에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한국을 다녀온 지 일주일이 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한국인지 미국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흘이나 지나야 신체리듬이 제자리를 찾을 것 같다.  
 
그래도 이른 아침에 살짝 실눈을 뜨긴 했었다. 그때 발딱 몸을 일으켜 세웠어야 했다. 딱 5분만.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내 꼴이 한심하다.
 
늦게 일어났어도 푹 잔 느낌이 들지 않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멍한 상태로 물 한 잔을 들이킨다. 할 일은 많은 데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한국과 미국의 거리가 한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으면 참 좋겠다며 초등학생 같은 투정을 해본다.
 
늦게 일어난 후유증은 꽤 심각하다. 자책이 밀려오고 늦게 일어난 후회로 마음이 괴롭다. 오늘 하루도 망쳤구나.
 
빡빡했던 한국에서의 일정과 좁은 비행기 안에서의 쪽잠은 극도의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라인이 좀처럼 줄지 않았다.  
 
어깨에 둘러멘 가방의 무게가 고통이었다. 행여나 쓸 일이 있을까 싶어 노트북을 2개나 챙겨갔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모친의 집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혼자 사시는 모친의 집은 좁고 덥다. 후텁지근한 날씨는 생각도 귀찮을 만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났다.  
 
글을 쓰겠다며 가져간 노트북은 사용도 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노트북을 빼놓고 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나는 또 챙겨갈 것이다.
 
1시간이나 넘게 걸려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하물 찾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이미 승객들의 가방들은 회전 수취대에서 다 내려진 상태였다. 고만고만하게 생긴 가방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색깔이 비슷해서 다가 가보면 다른 사람 가방이다. 혹시 누군가 가방을 바꿔가지나 않았는지 은근히 걱정이 됐다. 다행히도 내 이름을 새긴 긴 끝이 달려있는 2개의 가방을 찾아 카트에 실었다.
 
단출하게 여행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한국을 다녀오고 싶은데 영양제며 옷과 신발 따위를 집어넣다보면 가방 한 개로는 부족하다.  
 
갈 때는 가방 안에 비타민을 집어넣지만 올 때는 그 자리에 화장품이며 새로 구입한 책들로 채워져 오히려 가방무게가 더 무거워진다. 꾸역꾸역 빈 공간을 만들어 가방뚜껑을 눌러 담는 것도 고민거리다.
 
카트를 끌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뒤에 오는 카트에 행여나 발뒤꿈치를 받힐까 조심스럽다. 가방을 포개 얹은 카트가 신경 쓰일 만큼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로나로 한산했던 공항은 언제였냐 싶다.  
 
그래도 시차적응이 염려되고 여행으로 얻은 피로로 당분간 계속될 테지만 언제든지 가고 싶을 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자유가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소희 / 소설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