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쿼터학기제, 결석 한번만 해도 수업에 큰 구멍
UC등 주립대 상당수가 채택
학사 일정 10주 매우 빡빡해
50% 더 많은 과목 수강 이점
50대 제임스 김씨는 지난해 UC에 입학한 큰 아들이 9월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입학이 취소됐거나 다른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싶어서 걱정까지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씨의 큰 아들이 입학한 UC는 9월 중순이 넘어서 개강하는 쿼터 학기제였다는 것을 잘 몰랐던 탓에 빚어진 오해였다.
UC계 대학의 경우 UC버클리와 비교적 신생인 UC머시드만이 시메스터를 채택하고 있고 나머지 7곳의 UC는 쿼터제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USC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립대학도 시메스터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대학의 한 학년(academic calendar)은 시메스터(semester) 쿼터(quarter-quadmester) 학기가 주종을 이루고 일부 대학에서 3학기제(trimester) 등을 채택하는 등 다양하다. 또한 각각의 대학들도 한국과 달리 학기 개강과 종강 시기가 1~2주씩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학사 일정이 기본적으로 계절 날씨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등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학기제인 시메스터와 쿼터의 차이점은 1년을 몇 개로 나누냐다.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시메스터의 경우 ''se-mester''라는 단어가 함축하듯 1년을 6개월씩 두 개로 나눈다. 1 2학기로 나눠 봄 가을학기로 부르고 여름 방학이 겨울 방학보다 훨씬 더 길다. 봄학기는 1월부터 4월말 혹은 5월초까지 가을학기는 9월부터 12월까지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어도 학기당 14주 정도 수업은 거의 같다.
〈표 참조〉
쿼터학기제는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대학의 20%가 채택하고 있다. 1년을 4분기로 나눠 1 2 3 4쿼터로 부르는데 쿼터당 수업기간은 시메스터 보다 1개월이 짧은 10주 가량이다.
쿼터제는 시카고 대학에서 19세기 말 처음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밀려드는 대학 입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UC 계열 대학 등 주요 주립대학이 폭넓게 채택하면서 보편화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대학들 중 상당수가 20세기 후반부터 다시 시메스터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시메스터에서 쿼터로 전환했다가 현재는 다시 시메스터로 바꾼 대학이 UC버클리다.
쿼터학기제는 빡빡한 학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10주 안에 수업이 마무리돼야 하므로 휴강 한 번도 조심스럽고 결석 한 번에도 부담이 크다. 게다가 여름 쿼터 수업을 들을 경우 쿼터 사이의 방학도 매우 짧기 때문에 1년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다. 그래서 쿼터제는 실제로 3학기제라고 볼 수 있다. 시메스터를 채택한 대학과 비교했을 때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공부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쿼터학기의 빡빡함은 학사 일정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한 학기에 중간시험 2번 기말시험 1번을 소화한다. 첫 주에는 과목 소개로 넘어간다고 쳐도 3~4번째 주부터 첫 중간고사 6~8주째에 두번째 중간고사 마지막 주에 기말고사를 치른다. 또한 중간에 프로젝트 퀴즈 과제도 별도로 진행한다.
쿼터 학기에서 받는 학점은 그래서 일반적으로 크레딧(Credit)이라고 부르고 시메스터 학기에서 받는 학점은 유닛(Unit)이라고 부른다. 시메스터 학기가 쿼터 학기보다 50% 더 길기 때문에 유닛을 크레딧으로 환산할 때는 ''1 유닛=1.5 크레딧''으로 계산한다. 대부분의 석사학위 과정은 30~45 유닛 혹은 45~60 크레딧이 필요하다.
쿼터제가 너무 빡빡한 것같은 단점만 있는 게 아니다. 시메스터제에 비해서 장점도 있다. 쿼터 학기는 1년에 3학기가 있으므로 학생들은 시메스터에 비해서 더 많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30주 사이에 시메스터 학기보다 50% 더 많은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학생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3 학기로 분할하여 납부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학교 운영 측면에서도 경우에 따라 1년에 3번까지 입학 허가를 내줄 수 있으므로 학생 모집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학사 일정이 짧다는 것은 문제 발생 여지가 있다. 쿼터는 짧기 때문에 깊이 있는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교수는 쿼터 학기에서는 50% 정도 더 많은 분량의 강의 및 시험 준비 및 채점 등을 해야 하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학교 행정 측면에서도 50% 정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학생의 강의 등록 교수 강의 배정 강의실 배정 학점 기록 예산 계획 등 50%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한편 대학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쿼터보다도 더 짧은 학기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인기 있는 제도가 이그제큐티브 포맷(Executive Format)이다. 이것은 원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MBA에서 비롯된 제도다. 직장인의 일정에 맞춰 가장 편리한 수업시간을 제공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보통 2~4주에 1회 금요일 저녁 혹은 토요일을 이용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원거리에 있는 학생도 한 달에 한 번쯤 비행기를 타고 와서 출석해 수업에 참가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포맷(Hybrid Format)을 도입하고 있는 소규모 대학원도 늘고 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달에 한번 정도만 강의실에서 대면 수업을 하고 그 사이에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꽤 편리한 수업 방식이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 간 또는 학생과 학생 간 관계가 강의실보다는 온라인 상으로 이루어져 대면 수업에 비해서 집중도나 친밀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복되면서 정상화가 진행되면 더 많은 대학과 캠퍼스가 다양한 포맷의 학기제를 채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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