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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무단 칩입자

 “와, 조용하다. 살기에 딱이네! 와와”
 
그들이 무작정 살러왔다. 높은 곳에 원통의 건축 양식으로 몇천 세대 아파트를 지었다. 차고 문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소리가 멈추자, 문과 틀이 만나는 장소에 엉큼한 떼거지가 몰려올 줄이야.
 
일주일 동안 차를 꺼내지 않았었다. 아들네가 휴가 떠나서 손주들을 캠프에서 픽업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 며느리는 비치 가는 길이라고 차에서 화상 전화를 걸었다. 손주들이 옮아온 감기 바이러스를 제 부모에게 주어서 네 식구가 다 고생하더니, 이제 나아서 연휴 휴가를 가는 길인 모양이다.
 
“어머님, 감기 빨리 나으세요” 아이들을 핸드폰으로 비춰주면서 말한다.
 
“잘 다녀와.”
 
‘이 더운데 어디를 가니?’를 꿀꺽 삼켰다.
 
감기 바이러스는 아들네서 기운을 뻗치더니 방향을 틀어서 우리 집에 상륙했다. 우리 부부는 열심히 아프고 있는 중이다. 마침 맨해튼을 방문 중인 여동생이 나오라고 했지만, 콜록 기침에 시뻘건 눈을 해서, 어디도 갈 수 없었다. 허드슨 야드 구경 오라고? 안 봐도 뻔해. 팬시한 쇼핑몰, 안 봐도 다 알아, 딱히 대상 없는 심통은 심드렁으로 바뀌어서 스멀거렸다.
 
냉면을 사러 마트에 갔다. 가는 길에 몰 근처를 지나다 보니, 의자와 아이스박스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파킹장에서 음식을 나누며 앉아 있다. 얼마나 갈 곳이 없으면, 아스팔트 위에 삼삼오오 몰려 있나? ‘파킹장의 피크닉’을 처음 보는지라 궁금했다. 마켓의 캐셔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불꽃놀이를 보러 일찌감치 몰려든 무리라는 것을. 오늘이 독립기념일이라는 것도 잊어버렸다.
 
밤사이에 동생에게서 카톡이 들어왔다. 맨해튼 아파트에 앉아 찍은 허드슨 강가의 불꽃놀이 사진이다. 동생은 불꽃을 봐도 그저 그래서 사진을 찍는 노동만 했다고 토로한다. 이만큼 살면 감동은 없어지는 것일까? 기대감도 사라져서 나가기도 귀찮고 그래서 앉아만 있는 것일까.
 
나 역시 집에 앉아있다. 새소리와 나무 소리 듣는 것이 진정한 휴가라고 위로한다. 덱의 우산살 하나가 접힌 채 삐죽하니 서 있다. 저것도 언제 고치려는지. 예전 같으면 바로 고쳤을 남편이 내버려두고 있다. 무성한 나무에 가려진 이웃의 지붕이 숨죽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새들이 소리로 존재감을 알린다. 메이트를 찾는 생존의 소리지만, 내 귀는 편안한 휴식의 소리로 해석한다. 쉬는 것이 최고야, 이것이 휴가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차를 쓰지 않은 며칠 동안에 곤충이 몰려왔다. 움직임이 부재한 곳에 벌이 몰려와서 집을 지었다. 열리지 않는 차고 문을 안전한 장소로 받아들였음이 틀림없다. 나의 정적을 나의 부재로 해석한 괘씸한 것들…
 
남편이 강력 스프레이를 살포하여 벌집을 제거했다. 캠프로 손주 픽업하러 나가는 길에 보니, 일 다녀온 벌 두세 마리가 없어진 집을 찾아 빙빙 돌고 있다. 저것들도 곧 사라지겠지. 오늘부터 차고 문은 부지런히 열리고 닫히고 할 것이므로…..

김미연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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