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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쟁과 음악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 예술가 임윤찬 군이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과 그의 연주를 듣는 감동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다.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던 차에 임윤찬 군이 정점을 찍은 느낌이었다. ‘K-클래식이 세계를 휩쓴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실감으로 다가왔다. 장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흥분이 가라앉은 뒤 다시 차근차근 살펴보니, 중요한 지점을 그냥 지나친 것을 깨달았다. 전쟁과 음악의 관계….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은메달 수상자는 러시아의 안나 게뉴셰네(31)였고,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초니(28)가 수상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일인데, 우리 젊은이의 우승에 흥분한 나머지 그냥 지나친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종 결선에 진출한 사람은 6명이었는데 그중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가 1명, 러시아 연주자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해 세계의 음악계가 엄중하게 규탄하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까, 청중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슬아슬하다.  
 
다행스럽게도 염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회는 성숙한 분위기로 마감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참가자가 국적 때문에 비난받는 일도 없었고, 박수를 더 받는 일도 없었다. 2000여 명의 관객 중 누구 하나 야유나 비난을 퍼붓지 않고, 박수갈채를 수상자에게 보냈다. 수상자들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 격려했다고 한다. 언론보도는 이렇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하며 피해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면서도 러시아 연주자 개인에게는 불이익을 주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됐다’.
 
전쟁 중인 두 나라의 젊은 예술가가 나란히 상을 받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다. 시상식 겸 폐막식은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으니,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도 막강하다. 전쟁 중에도 음악 안에서 하나 될 수 있다.
 
예술이 세상의 현실과 무관할 수는 없다.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과 예술의 자율성 관계는 늘 아슬아슬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고 있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가 전 세계 음악콩쿠르를 관장하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콩쿠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서구의 공연단체들로부터 공연 스케줄에서 배제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푸틴과 친분이 깊은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등이다.  
 
게르기예프는 독일 뮌헨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에서 해고됐고, 여러 공연 일정이 취소됐다. 예정되었던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빈 필하모닉 지휘 또한 전격 취소됐다. 협연하려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도 푸틴 지지자여서 함께 취소됐다. 바로 연주 전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긴급 교체된 지휘자는 야니크 네제 세갱, 협연자는 조성진이었다. 조성진은 이 연주로 원래 예정됐던 마추예프보다 더 나은 것 같다는 격찬을 받으며, 뉴욕 음악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전쟁 중에도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멈춰서는 안 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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