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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기다리는 마음

데이지가 창가 소파 등받이에 엎드려 하염없이 밖을 바라고 있다. 전에도 학교에서 돌아오는 손주들을 그렇게 기다리고는 있었지만 아이들이 한국으로 떠난 후 더 길어진 시간이다.
 
4년 전 애니멀 셸터에서 데이지를 데려왔을 때는 6개월 된 강아지였는데 지금은 많이 컸다. 그동안 손주 3명의 사랑을 듬뿍 받아 내겐 눈길도 안주던 녀석이 요즘은 제법 꼬리를 흔들고 곁에 있으려 든다.
 
아들 가족이 한국으로 여행을 떠난지 3주가 지났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한국. 보내 준 사진을 보니 여기저기 계획했던 여행이 잘 진행되는 것 같다.  
 
떠나기 전 큰 손녀는 주의 사항들을 종이에 적어 주고 갔다.  데이지의 밥과 물은 몇 시에 얼마씩, 간식은 몇 개, 그리고 매일 밖으로 몇 번 꼭 데리고 나가라고. 또 특별히 하루에 20번 이상 등을 쓰다듬어 주라고 했다.  
 


내몸 하나도 귀찮은 판에 데이지 돌보는 일을 맡았으니 종이 들여다 보며 열심히 따라했다. 그런데 밥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종일 자기를 사랑하던 며느리와 손주들을  찾아 해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손녀 침대에 올라가 웅크리고 자는 모습이 부모 떨어진 아이같아 보이고 마치 5식구가 떠난 덩 빈 집의 내 센세 같아서 슬퍼진다.
 
데이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모두 어디 갔나요?” “왜 나만두고 갔나요?” “언제 오나요?”“라고 했을 것 같다.
 
달력에 오는 날짜 표시해 놓고 기다니는 나와 하염없이 창가에 앉아 있는 데이지가 똑 같아 보인다.
 
3남매가 학교 같다 돌아올 때면 이산가족 상봉하는 모습이었는데 7주만에 만나는 그들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이 안된다.  
 
요즘 ‘기다리는 마음’이란 시에 곡을 붙여 아름다운 가곡이된 노래를 자주 불러본다. ”기다려도~기이다려도~님 오지않고~“ 오늘도 하염없이 기다린다.

정현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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