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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병 자랑을 부끄러워 하며”

지난 몇 달이 허상으로 지나간 텅 빈 가슴입니다. 내 자신에게 귀찮게 묻고 또 묻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더욱 허무합니다. 나는 원래가 내 삶을 초조 속에 길들이며 살아왔던가? 내 속에 있는 유모는 어디로 갔을까? 내 안에서 늘 꿈틀거리는 장난끼도 버려졌는가? 아니면 나를 따라 쉬고 있을까?  
 
병같지도 않은 어지럼증이  마치 큰 병이나 걸린 듯 온갖 검사를 받으며 결과를 기다렸던 시간이 이렇게 나를 저 깊은 골짜기로 빠지게 했던가? 믿기가 힘들고 이제 와서 그동안에 병 자랑이 너무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나를 더욱 큰 우울증을 부르게 했습니다.  
 
푹 쉬어야겠다라는 정신적 치료가 작용을 하는지 아닌지를 가릴 수가 없습니다. 머리를 멍하니 쉬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아닌지도 의심스러워집니다. 모든 것이 느려질 뿐입니다. 나에게 길들여졌던 습관이 나를 떠나는 것이 두려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에게 이런 이상현상이 없었더라면 혹 내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문득 제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제 앞에 펼쳐진 시간들이 화들짝 놀라 제 앞으로 다가옵니다. 혹 이런 잡동사니 생각들이 나를 깊은 잠에서 깨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고마운 생각도 듭니다. 그 한편엔 두려움이란 것, 멍 때리고 쉬어 보겠다는 나의 핑계가 그쪽 방향으로  아주 데리고 가는 듯 아무 생각없이 그저 멍하게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상태를 제 자신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나 자신을 아주 잃은 것은 아니었구나! 가슴을 부여안으며  안도의 감사를 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내 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던가? 말만 들어오던 내 몸의 변화와 나의 마음은 전혀 다른 역을 맡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내 몸은 내가 임자라 믿고 따라올 줄 알았습니다. 이제 나는 무엇을 반기고 받아들이며 함께해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어떻게 무엇을 선택할까 생각합니다. 삶은 내가 무엇을 계획한다고 그대로 따라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기대 없이 다가와주는 행운과 작은 소망이 기대했던 모습이 아닌 무엇으로 와 주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여행 계획을 꾸며 놓았다고 알려옵니다. 팬데믹으로 갇혀 있던 몸을 풀어보자는 아이들의 제안, 솔직히 마다할 마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엄마의 증세에 따라왔던 우울증을 아이들도 함께 걱정은 했겠지요. 이런저런 이유가 근원이 되어 마음을 돌려 방향을 바꾸어 보려고 애쓰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또 이렇게 놀라운 기적이 다가옴을 이번에는 빨리 알아차려 버렸습니다. 이른 아침 텅 비어있는 골프장 한가운데 서서 힘을 다해 소리쳤습니다. 아니요! 소리를 질러 버렸습니다. 아무도 들리지 않겠지만 활짝 열려 있는 푸른 하늘은 나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집을 떠나본다는 이것도 너에게 주어진 가치있는 선물이고 받을 자격이 있으니 꼭 행하라는 응원의 충고도 들렸습니다. 홀가분하게 길을 떠나 보렵니다. 남편을 집에 두고 ‘국’ 두어 가지 끓여 놓고 떠나는 나의 길에 새롭고 신선한 많은 추억을 담아 오도록 열심히 살피겠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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