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욕망이 눈을 뜨자 초능력이 열렸다
클라라 솔라(Clara Sola)
‘클라라 솔라’는 새로운 영화 경험을 제공한다. 남미 국가들에서 흔히 보는 토속적 신비주의와 기독교,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이상하고 불안한 방식으로 혼합되어 있다. 메센 감독은 단편영화 감독 시절부터 가족 관계의 역학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관심을 보여왔다. 신비주의로 시작하지만 결론부로 갈수록 감독이 의도하는 페미니즘이 깔려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숲이 우거진 코스타리카의 외딴 마을. 지적 장애를 지닌 40세 여성 클라라는 자폐증에 척추까지 불편해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다. 그녀에게는 동물들과 소통하는 기이한 친화력과 병든 사람들을 치유하는 안수 능력이 있다.
클라라는 대단히 억압적인 어머니 프레지아의 명령 아래 살아간다. 프레지아는 클라라가 고통스러워해도 신이 준 모습대로 살아야 한다고 고집하며 딸의 수술을 허락하지 않는다. 딸의 성적 호기심마저 죄악시한다. 프레지아는 클라라의 고통을 오히려 미신적 영성과 연관시켜 동네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딸의 치유 능력으로 돈을 벌어들인다.
10대의 조카 마리아와 남자 친구 산티아고는 클라라를 친구처럼 진정으로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클라라는 산티아고의 친절에 이끌리며 조금씩 이성에 눈을 뜬다. 피조물로만 살아왔던 그녀가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메센 감독은 클라라의 초자연적 능력의 개연성 여부보다, 남성의 부재에도 가족 내의 가부장적 분위기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위장된 전통’에 관하여 질문한다. 그가 아버지보다 더욱 귄위적인 어머니를 등장시켜 말하려 하는 것은 무얼까. 프레지아와 클라라, 마리아 등 세 여성들은 태곳적부터 익숙해져 있는 가부장제의 희생물이다. 사랑과 억압은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겉모습은 같은 선상에 있음을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슬프지만 수용해야 하는 삶의 고통은 클라라에게 통과의례와도 같다. 메센 감독은 클라라를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시키고 그녀의 인생에 반전을 부여한다. 중년의 어린아이가 세상을 알게 되면서 겪게 되는 피해갈 수 없는 고통, 신비주의와 소외감 그리고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성적 감정 등이 충돌하며 클라라의 심리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무용수 출신으로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웬디 친칠라 아라야는 클라라의 기이하고 슬픈 상황과 외부적인 것을 경계하는 눈빛, 모든 것에 동물적으로 반응하는 본능적 움직임을 놀랍도록 리얼하게 연기한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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