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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인생 길에서 만나는 꿈

힛 더 로드(Hit the Road)

진득한 인내와 삶의 질곡을 짊어지고 이란의 아득한 산길을 달리는 네 가족의 여정에는 평민들의 불편한 형편들이 담겨있다. [KinoLorber]

진득한 인내와 삶의 질곡을 짊어지고 이란의 아득한 산길을 달리는 네 가족의 여정에는 평민들의 불편한 형편들이 담겨있다. [KinoLorber]

영화 리뷰

영화 리뷰

칸영화제와 뉴욕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됐고 지난 4월 극장 개봉에 이어 현재 아마존, 애플 등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는 이란 영화 ‘힛 더 로드’는 비극적 뉘앙스의 코미디와 코믹한 뉘앙스의 비극 사이를 오가는 드라마다.  
 
가족 간에 사랑 안에서 종국에는 승리감에 도달하는 로드 무비로, 반체제 감독으로 6년간의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영화 작업을 지속했던 이란의 대표적 거장 자파르 파나히의 아들 파나 파나히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는 SUV를 타고 여행 중인 한 가족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청년기의 큰아들과 천진난만한 6세 소년이 그들이다. 이들 외에 다리를 다쳐 곧 죽을 것 같은 개 한 마리가 동행하고 있다. 네 가족은 산등성이 길을 넘고 넘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지만, 목적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버지는 화난 사람처럼 모든 게 불만이다. 큰아들은 여간해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호기심에 가득 찬 개구쟁이 작은아들은 끊임없이 질문들을 토해낸다. 중간자 역할의 어머니는 삶의 무거운 짐으로 늘 고심에 차 있다.
 


파나히 감독은 단순한 패턴으로 전개되는 로드무비 안에서 우여곡절의 상황들을 연출해내고 예리한 비판과 진한 감동을 끌어낸다. 그는 외부 상황을 되도록 제한하고 차 안에서 일어나는 가족 간의 심리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이란 평민들의 삶을 관조하며 한 가족 내에 존재하는 미묘한 괴리감을 들추어낸다. 그들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씨름한다. 숨겨져 있던 여행의 목적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점차 코미디에서 비극으로 전환된다.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 가족, 어쩌면 범죄에 연루되어 있을지도 모를 아들, 그래서 커다란 불안과 위험이 드리워져 있는 이들의 여정은 어쩌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안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 인생들, 이들이 달리고 있는 민둥산의 구부러진 고속도로만큼 그들의 삶도 굴곡질 것이다.  
 
가족은 떠나 있을 때 비로소 그리워지는 존재들이다. 꼬마도 언젠가 부모를 떠나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네 가족은 ‘배트맨’,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같은 판타지 영화 얘기를 하면서 잠시나마 즐거움에 젖는다. 파나히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꿈이 여기 있다. 영화가 우리를 미래의 꿈으로 안내하는 매개체이듯, 천진난만한 소년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재미있고 흥미롭기만 하다. 아버지의 다리 깁스에 그려져 있는 피아노 그림 위로 우울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흐른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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