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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선한 의도, 나쁜 결과

얼마 전 이곳 워싱턴에 있는 한 국제기구 이코노미스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플레이션 문제로 대화하다가, 화제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한국의 경제부총리로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킨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경영계에선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야기였다.  
 
그는 선진 경제권인 한국에서 그런 논의가 공공연히 이뤄진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이라고 했다. 물가가 널뛰는 국면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가격 통제, 임금 통제는 이미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검증이 끝났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세계은행(WB)이 발간한 보고서를 추천했다. 제목은 ‘선한 의도, 나쁜 결과(Good Intentions, Bad Outcomes)’였다. 2차대전 기간에는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나서 직접 경제 요소를 통제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신흥 경제권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개별 사례를 분석해 보니, 모두 선의를 가지고 도입한 일들이 결과적으로는 성장을 가로막고, 재정적인 부담이 됐으며 금융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처음엔 반짝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통제된 분야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을 일으켜 가격도 불안정해졌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임금 통제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1971년 8월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치솟는 물가를 직접 잡겠다며 TV에 나와 “오늘 나는 미국 전체의 모든 가격과 임금을 동결한다”고 선언했다. 반짝 주가가 뛰고, 언론은 칭찬 일색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예언한 대로였다. “완전한 실패와 억압형 인플레이션의 출현”이었다. 물가를 잡겠단 닉슨 정부의 선의는 이후 10년 이상 미국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임금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추 부총리의 발언도 나름 ‘선한 의도’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정부 개입의 부작용 사례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쁜 결과’를 피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속도 없이 국제사회에서 ‘관치’의 이미지만 또 한 번 부각하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이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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