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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잡념과 잡사를 버리면

몰입하면 잘 보인다. 건성건성 안 넘기고 정신 차리고 똑바로 눈 크게 뜨고 살피면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인다. 몰입은 깊게 파고들거나 빠지는 것을 말한다. 무언가에 흠뻑 빠지고 심취해 몰입 상태에 도달하면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 정신심리학자들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선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몰입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아인슈타인, 에디슨, 워런 버핏, 빌 게이츠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비범한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고도로 집중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몰입적 사고’를 했다는 점이다.  
 
나는 작고 허접한 일에도 목숨(?)걸고 몰두하는 허당에 속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성공과 실패를 따지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만다. 몰입인지 몰두인지 헛것을 보는 건지 모르지만 어떤 일에 ‘필’이 꽂히면 밤낮 안 가리고 행군한다. 내 속에 있는 프로펠러가 한 번 돌기 시작하면 날개가 부서져도 끝까지 돌아간다. 손해도 많이 본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저질렀을 때보다 건지는 것도 많다.
 
요즘 눈 뜨면 하루도 안 거르고 나무숲이 울창한 트레일 산책로로 달려간다. 수백 년 수천 년을 견디며 하늘 높이 자란 수목들은 한 그루도 서로 닮지 않았다. 처음 땅속에서 생명으로 솟아오를 땐 모양새가 비슷했을 것이다. 모진 세월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견디며 갈라지고 비틀어지며 다시 튼튼하게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각자의 운명에 걸맞은 모습으로 자라났다. 수만개의 이슬로 반짝이는 잎새와 이름 없는 풀꽃들도 모양과 색깔이 각기 다르다.  
 
오늘 산책길에 사람 형체의 조각상이 거대한 고목 앞에 앉아있는 걸 보았다. 실루엣이지만 분명히 사람 모습이다. 고목 쪽으로 다가갈수록 형태는 점차 흐릿해졌다. 바로 앞까지 왔을 때 내가 본 사람의 형태는 자라 등처럼 골이 팬 고목의 등걸에 반사된 빛의 조화라는 걸 깨달았다. 빛은 형태가 없지만 무늬 없는 그림을 그린다. 안 보이는 것을 보는 사람은 빛이 그리는 그림을 본다.  
 


클로드 모네는 ‘빛이 만들어 내는 순간’을 그린 화가다.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는데 수련 연작으로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탐색했다. 1926년 86세를 일기로 지베르니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캔버스를 바꿔가며 종일 빛을 쫓았던 모네는 말년에 백내장으로 거의 시력을 잃게 되지만 집념과 몰입으로 우주를 품은 대작을 완성하게 된다.
 
몰입은 주위의 모든 잡념과 방해물을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어느 한 곳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게 한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했을 때는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했다. 일단 몰입을 하면 몇 시간이 한순간처럼 짧게 느껴지는 시간 개념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몰입하는 대상이 더 자세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대상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을 가지며 자아에 대한 의식이 사라지게 된다. 이때 몰입은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삶을 구속에서 해방한다. 미술가, 음악가, 예술가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힘은 몰입이 주는 창작의 기쁨 때문이다.  
 
잡념과 잡사를 차단하고 원하는 것에 몰입하면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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