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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알래스카를 다녀와서

산악인 마을, 타키트나에서 바라보는 북미 최고봉인 해발 6194m의 디날리국립공원의 웅장한 모습, 거대하게 흐르는 빙하,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운 빙하 호수 등….. 끝없이 펼쳐진 변화무쌍한 초록,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가면 회색곰, 큰사슴, 머리 흰독수리들을 만날 것만 같은 원시림, 수정처럼 맑고 푸른 빙하, 바다밑에서 우글거리는 연어떼, 상어, 물개, 돌고래, 벌레, 식물들의 비밀스런 언어,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야생으로 가득 차있는 알래스카의  그 광대함, 그 대담함, 그 거칠음은 정말 완벽했다.  
 
거의 1만 스퀘어마일의 숲, 머스켓과 툰드라로 알려진 늪지대, 북미에서 가장 강력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만년설로 덮인 2만320피트 높이의 맥킨리 산 봉우리에 첫발을 내디뎠다.  손으로 잡힐듯한 구름,  구름위로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지척에 서있는 웅대한 산,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신비스러웠는지. 신이 맨 처음 세상을 창조하였을 때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했다.  
 
한시간여에 걸친 환상적인 에어투어는 잊지못할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휘황찬란한 거리와 눈에 띄는 이국적인 풍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외딴 알래스카 마을, 추카치 산과 프린스 윌리암 사운드 사이의 약 1마일 길이의 땅에 자리 잡은 해안도시, 발데즈에 도착했다. 이곳은 진정한 알래스카의 작은 마을이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부둣가에는 배를 타고 나가서 잡은 물고기의 인증샷을 찍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드문드문 서있는 상점들, 어스름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허름한 맥주집, 넘쳐나지 않고 세상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소박한 이 분위기는 마음을 터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나를 조용하고 편안하게 했다.  
 
1790년 스페인의 탐험가, 안토니오 발데즈에 의해 발견된 이 도시는 인구 5000명에 불과하나 알래스카에서 제일 중요한 항구도시로 북극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발데즈까지 보내지고 있다.  ‘작은 스위스’ 라고도 불리우는 이 마을은 눈에 쌓여있는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산이 곧 바다로 떨어져내릴 것만 같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정확히 눈은 내리지는 않았지만 진주빛 도는 6월의 여름하늘 아래 표류하는 공기는 가벼운 눈으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았다.  
 


나도 푸르고 감미롭게 하늘을 날고 있었다. 주일날 새벽, 동네길을 달리던 남편은 길가의 조그마한 성당을 발견했다.  신부님은 여행중인 우리들을 위하여 성당문을 열어 주시고 성체를 나누어주시고 강복도 해 주셨다. ‘바로 옆집 사는 사람들도 찾아오지 않는 성당을 뉴욕에서, 아니 머나먼 한국에서 온 여러분들이 찾아왔다’고 감격해하시면서 오늘 미사 강론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시겠다고 하셨다. ‘누구에게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교회를 발견하는 것이 시스티나 성당을 관람해야 하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 헨리 밀러의 말이 생각났다.
 
백야의 여름 하늘, 한밤중에 일어나 내다 본 바깥풍경은 퇴색된 가게의 지붕 위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빨랫줄에 걸려서 석양빛에 발갛게 물든 옷가지들이 펄럭이는 어린시절의 마당이 떠 올랐다. 그때의 그 따스하고 순수한 곳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생명을 추구하는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아마 이미 낙원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겨울의 알래스카는 어떤 모습일까? 이 작은 스위스 마을은 은빛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다음 여행을 기대해 본다. 흰 날개를 탄 투명한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이춘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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