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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가뭄

나는 유년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에 가뭄이 뭔지 안다. 한여름, 오래동안 비가 안 오고,  벼를 심은 땅이 척척 갈라지면 농부들은 허탈해 진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비가 올 기별이 없으면 정성껏 제물을 만들어 기우제를 올린다. 그러다가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가 내리면 사람들은 밖으로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논으로 달려가 물을 댄다.  한 여름이 지나고 있다. 지구는 몸이 뜨거워져 세계 각국이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 중동은 말할 것 없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 유럽도 폭염 피해가 심한 것 같다.  
 
더스트 보울(Dust Bowl)은 풋볼하고는 거리가 먼 1930년대의 미국 Great Plains의 가뭄으로 인한 먼지 재앙을 말한다.  1930년대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무척 어려운 시대였다. 미국에는 대공황이 덮쳐 실업율이 30%가 넘고 도시에는 거지가 우굴거렸디. 이 어려웠던 시절, 오클라호마, 캔사스, 서부 텍사스 대평원(The Great Plains)은 세기의 가뭄으로 온 하늘이 먼지로 가득했다. 먼지 폭풍이 오면 밭에 나가 있던 사람들은 허둥지둥 집안으로 달려 와야 한다. 강풍에 밀려 온 먼지는 창틈을 뚫고 집안으로 들어와  천장에서 떨어지고 가구까지 하얗게 된다.  가축은 먼지를 먹어 목이 메이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뿌려도 작물은 순식간에 죽어 갔다.사람들은 예배당의 먼지를 닦고 비를 내려 주십사고 하나님에게 매달렸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가게는 판자로 가려져 문을 닫아 유령의 마을로 변한다. 사람들은 호홉기 질환으로 심한 기침을 하고 문 닫은 진료소의 문을 노크했다. 이같은 가뭄은 1934, 1936, 1939-1949년 계속되었다. 농민들은 물이 없어 농사를 포기하고 아예 은행에 농지를 바쳤다. 이때 절망에 빠진 가정에 캘리포니아, 오리건 농장에서 유혹의 편지가 날아 온다. 여기는 포도와 오렌지가 널려 있고, 직장이 많으니 오라고. 젊은이들은 낡은 차를 운전하고 66번 하이웨이를 따라가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평생 살아온 땅을 지키겠다고 버틴다. 막상 모든 것을 버리고 찾아간 캘리포니아는 파라다이스가 아니었다. 이기적인 농장주들은 일자리를 찾아 몰려온 노동자를 착취하고 이주자들은 분노의 포도를 삼켜야 했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노벨 문학상 작품,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는 당시 비극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1930년대의 대가뭄을 그린 Kristin  Hannah 소설, The Four Winds에 나오는 ELSA는 정말 착한 여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그녀는 도서관에서 소설을 거의 다 빌려 읽고 환상의 세계에 산다. 병치레가 잦았던 그녀는 부모 형제의 따돌림을 당하고 자신은 어떤 남자의 사랑도 받을 수 없으리라고 믿는다. 시실리 이민자의 아들인 연하의 남자의 유혹을 받아들여 임신을 한다. 엄한 부모는 당장 가방을 싸라고 하고 그 남자의 집으로 데려간다. 여인은 두 아이를 낳고 시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살지만 남편은 가뭄으로 실의에 빠져 술만 마시다 처자식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난다. 여인은 못났다고 버린 그녀의 부모와 매력없는 여자로 생각한 남편에게 가뭄이 몰고온  ‘먼지’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이 착한 여연은 오랜 가뭄으로 목타는 토지에 물을 주면서 땅을 믿고 사랑하며 땅에 붙어 사는 ‘질긴 풀’이었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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