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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오디세우스의 침대

오디세우스(Odysseus), 그는 먼 길을 돌고 돌아 고향에 온다. 트로이에서 그리스까지 15일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10년이나 걸려서. 그의 파란만장한 귀향길을 일러 오디세이(Odyssey)라 한다. 오디세이를 가능케 한 동력은 노스탤지어(nostalgia), 그 힘으로 오디세우스는 20년 전에 헤어진 아내 페넬로페(Penelope)의 곁으로 돌아온다.  
 
오디세우스(라틴 이름: 율리시즈)는 이타카 왕국의 왕 아가멤논이 이끄는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를 공격할 때 차출된다. 신혼 1년 차 첫 아들이 갓 태어난 때라서 가고 싶지 않은 전쟁이었지만 갈 수밖에 없던 운명.  
 
지금부터 대략 3300년 전,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다. 트로이는 보스포러스 해협, 오늘 날의 튀르키예(터키)에 있었던 도시국가. 밀고 밀리는 전쟁이 10년을 간다. 막판에 그리스 군은 커다란 목마 안에 그리스 병사들을 숨기고 트로이인들이 그 목마를 트로이 성으로 가져가게 한다. 한밤중에 목마 속의 병사들이 나와 트로이 성을 함락한다. 트로이 목마 작전, 그것은 오디세우스의 꾀였다.  
 
지루한 전쟁이 끝나고 그리스 연합군은 해산, 각기 자신들의 고향으로 간다. 오디세우스도 자신을 따라온 군대를 이끌고 귀향길에 오른다. 그러나 지중해 뱃길은 멀고도 험했다. 마약과 망각의 유혹, 이국 여인들의 만류, 고혹적인 요정의 노래, 견딜 수 없는 배고픔 등 인간들의 욕심, 분노, 무지에서 나오는 모든 고통이 따라붙는다.  
 


더 어려운 시련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 오디세우스와 일행은 외눈박이 키클롭스(Cyclops) 섬에서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무스의 동굴에 갇히게 된다. 동굴을 빠져나오기 위해 그의 외눈을 찌른다. 오디세우스의 기지로 탈출하여 배를 타고 나오면서 오디세우스의 오만과 오기가 발동,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알린다. 눈이 먼 폴리페무스가  아버지에게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알려준다.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의 뱃길을 죽음의 길로 만든다.  
 
10년 동안 지중해를 헤매다가 오디세우스만 살아서 이타카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10년 만에 돌아온 그의 왕국은 또 하나의 타향. 그는 부인을 차지하고 왕위를 빼앗으려는 무리들과 죽기 살기 싸움을 해야 한다. 물론 그가 이긴다.  
 
그의 귀향길, 오디세이의 마지막 결승점은 그와 페넬로페의 침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확인과 인정이 필요하다.
 
“당신은 우리 집안의 귀빈이십니다. 제 침실에 있는 침대를 이 방으로 가지고 나와서 잠자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페넬로페가 오디세우스에게 말한다. 둘 사이 최후의 비밀을 아는지 시험하는 말이다.  
 
오디세우스가 알아듣는다. 그리고 두 부부는 20년 만에 포옹을 한다. 그들의 침대는 살아있는 올리브 나무의 뿌리를 다듬어 오디세우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침대를 침실 밖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은 둘 뿐.  
 
오디세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고향 땅에 깊이 뿌리를 박고 아직도 살아있는 신혼 침대에 대한 무지근한 아픔과 아련한 그리움, 즉 노스탤지어였다. 자신이 자란 땅, 뿌리의 힘은 시공을 넘어 인간의 의지를 거머쥔다.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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