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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아름다운 향기

지난주에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중환자실에 안타깝고 애처롭고 숭고한 선택의 죽음이 있었다. 44세의 K는 선천성 기형의 폐를 가지고 태어났다. 온갖 약과 치료법으로 조절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잦은 병원 입원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입원 빈도와 심각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사춘기와 청년기, 그리고 장년기를 지내오면서 우울증을 앓게 되고 상황 또한 심각해져 자살 미수 경력도 있었다.  
 
이번에도 심한 호흡곤란으로 그녀가 살고 있는 인근 타운 병원에 입원했다.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한 결과 폐의 기능이 너무 악화되어 폐 이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고 우리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폐 이식 팀이 즉각 반응을 하고 필요한 모든 절차를 하나씩 밟기 시작했다. 수많은 혈액검사, 조직검사 등 철저하게 환자의 컨디션을 최고로 만들어 가고 있던 중, 병력에 우울증과 자살시도 전력이 큰 문제가 되었다. 결국 환자의 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이식환자의 리스트에서 탈락되었다.  
 
우리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호흡곤란으로 인한 일반 사회생활의 제한으로 얻은 우울증이 이토록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은 엄격했고 현실은 냉정했다. 환자는 이미 호흡기를 달고 위급한 상황에 있었다. 이식환자 리스트에서 누락된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고 난 2-3일 후에 환자 부모는 K가 운전면허증에 장기 기증자로 등록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곧바로 ‘LIVE ON’ network에 연락을 취했다. 이때부터 K는 우리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환자가 된다. 그녀의 이 결심으로 인해 이제 수많은 환자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폐만 빼고 그녀는 젊고 건강하기에 모든 장기와 조직을 보존하기에 최선을 다한다.  
 
우선 당장 심장과 신장은 기증받을 환자를 스크린해 둔 상태였고, 오후 5시에 수술 방에 가서 장기적출 수술을 받기로 되어있었다. 수술실로 떠나기 전에 가족들이 모두 10명 정도 모였다. 함께 기도를 하고 한 명씩 돌아가며 환자와 고별인사를 하는 중에 우리 스태프들은 이 숭고함에 앞에서 전율했다. 순식간에 중환자실이 울음바다가 될 수도 있었지만 모두 소리 없이 삼키는 울음과 감동이 허공을 가득 메웠다.  
 
폐를 기증 받으러 왔다가 폐만 빼고 모든 장기를 다 기증하러 떠나는 그녀! 결국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향기는 이 지상에 오래오래 아름답게 퍼져나갈 것이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그녀는 이름보다 더한 진한 감동과 생명을 살리고 갔다.  
 
나는 여기 중환자실에서만 30년을 일하고 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죽음을 보아 왔지만 지금도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우고 있다. 특히 그녀의 죽음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죽음은 피해갈 수 없기에 우리 모두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이야기하기를 불편해 한다. 심지어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조차 언급하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잘 준비된 죽음은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으로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다. 요즈음은 대부분 병원이나 아니면 홈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마음만 차분하게 정리하면 죽어갈 때의 육체적 고통은 의료진이 다 해결해준다. 정리된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조용히 새로운 세계로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죽음은 자각하면 할수록 진정한 자유를 더 누릴 수 있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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