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은 인생, 무엇으로 채울까
2022년도 절반이 훌쩍 지났다. 상반기가 올라온 언덕길이었다면 하반기는 내려가는 길이다. 언덕 넘어 내려가는 길은 빈 수레가 내리막을 거침없이 빠르게 굴러가는 모양이 그려진다.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언제나 오를 때보다 내려 올 때가 더 힘들고 위험하다” 고 강조한다
엣 성현들은 빠른 세월을 사자성어로 ‘토주오비(兎走烏飛)’, 즉 ‘토끼가 달리고 까마귀가 날아가듯이 세월은 빠르게 지나간다’고 비유했다.
2022년은 ‘호랑이해’ 다. 2022년도의 세월은 ‘호주오비(虎走烏飛)’로 비유하면 어떨까? 호랑이가 달리고 까마귀가 날아가는 듯, 임인년이 정말 빠르게 지나고 있다.
요즘 시대를 ‘자기 PR 시대’라 한다. 제 잘난 멋에 사는 시대가 되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알리고 홍보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고 뒤처지고잊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를 과시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세상에 자기를 알리려고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날개를 달고 기름을 부은 듯이 등장한 것이 인터넷과 개인 SNS이다. SNS는 ‘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줄여서 쓴 약어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개인 블로그 등의 SNS를 통해서 언제든지 마음대로 자기 홍보와 자기과시를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요즘은 개인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SNS 매체들을 접하다 보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또는 과장되게 꾸민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적당한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하고, 심지어 없는 경력까지 끌어들여 SNS상에 버젓이 올리기도 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한시도 스마트폰과 떨어져서는 못사는 세대다. 인류 역사상 어떤 세대보다도 엄청난 기술발전과 축적된 부를 누리고 있지만, 그들은 아날로그 세대보다 더 바쁘게 쫓기며 산다.
개인정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대개 ‘좋아요’를 누르고 호감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장된 포장이 벗겨져 그 실체가 드러나면 크게 실망하게 된다. 인간 주변에는 진실을 아는 사람이 늘 있게 마련이고, 입소문이라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밟힌다’는 속담이 꼭 맞는 말이다.
고급스러운 박스를 막상 뜯어보니 속엔 볼품없는 알맹이에 품질마저 조잡한 상품이 나오면 누구나 실망한다. 나 자신이 이런 박스 속의 품질 나쁜 작은 알맹이는 아닌지?
인생고개를 땀 흘리며 힘들게 올라 올 때는 전후좌우 살필 겨를도 없이 목표 정상만 바라보고 정신없이 올라왔는데, 정상에 올라온 뒤 내 흔적을 복기해 보면, 누구나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고 한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명언 제조기로 유명한 버나드 쇼는 95세에 타계하면서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 문을 남겼다. 어느 성직자는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당신 차례’라는 묘비 문으로 인생의 유한성을 암시했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묘비에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라는 말을 남겼다.
먼저 살았던 유명인의 묘비 문들은 ‘남은 인생 헛되게 살지 말고 보람있게 채우라’는 교훈들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 일을 멈추고 ‘나의 묘비엔 무엇을 남길까?’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내리막길로 접어든 인생, 현재의 형편과 처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의 정성으로 가꾸어 가는 것만이 남은 인생을 채워가는 보람이 아닐까?
2022년의 절반을 훌쩍 보내고, 남은 절반 동안 빈 수레에 정직과 충실로 채워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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