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하이랜드 파크 총기 난사
개인적으로 하이랜드 파크를 떠올리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이 떠오른다. 입구 게이트에 그의 등 번호인 ‘23’이 새겨진 하이랜드 파크 소재 저택은 조단이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 활약할 때 가족들과 거주했던 곳이다. 현재는 조단이 타 주로 이주했기에 더 이상 농구 황제의 거처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농구팬들에게는 하이랜드 파크 하면 떠오르는 곳이다. 이 집은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어 농구 박물관 전용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하이랜드 파크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2년 독립기념일 연휴에 발생한 총기 난사로 인해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한 참극의 타운이 됐다.
이번 사건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충격이다. 가장 먼저 총기 난사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만 보더라도 초등학교와 식품점, 거리 퍼레이드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범한 이웃들이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의 범죄가 시 남부나 서부에 집중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카재킹의 경우 다운타운 루프 지역을 포함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랜드 파크는 시카고의 대표적인 부촌이면서 평소 치안이 매우 안전한 곳으로 꼽히는 도시다. 인구 3만명 정도의 도시는 호변을 따라 들어선 대형 저택들로 상징된다. 살인이나 강간, 거리에서의 마약 거래와 같은 범죄와는 선뜻 잘 매치가 되질 않는 곳이다.
용의자가 어떤 동기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수사 당국에서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확정된 것도 아니다. 다만 정황상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은 확인됐다. 또 범행에 사용된 무기는 20세 때 아버지의 허락 하에 합법적으로 일리노이 주에서 구매한 것 역시 확인됐다. 용의자는 평소 래퍼로 활동해 왔으며 총기를 겨누고 살인을 떠올리는 내용의 노래를 발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용의자는 지난 2019년 지역 경찰의 레이더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한번은 자살을 시도한다는 가족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또 한 번은 칼로 모두 다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 이유로 역시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런 정신 이상 증세가 확인됐다면 총기 구매 규제로 이어졌어야 했고 그랬다면 이런 참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적인 안전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범인의 범행 동기가 자세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비극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일리노이 주는 ‘레드 플래그’(red flag) 법을 가지고 있다. 타인에게 분명한 해를 끼칠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총기 규제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격용 살상 무기에 대한 규제다. 기본적으로 총기 소유를 제한할 수 없다 하더라고 무고한 생명을 한 순간에 쉽고 빠르게 빼앗아 갈 수 있도록 제조된 공격용 살상 무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총기 옹호론자들과 총기협회의 강력한 로비가 있겠지만 이제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이 총기 사고로 희생된 후에야 움직일 것인가.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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