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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의 심판대에 못 세우는 ‘증오범죄’

LA한인타운 한복판에서, 그것도 대낮에 아시안 남성이 폭행을 당했다. 용의자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얼굴을 가격했다. 피해자는 의식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뒤통수에 타박상을 입었고 가격 당한 코 부위가 찢어졌다.    
 
경찰은  ‘묻지마(unprovoked) 폭행’이라고 설명했다. 폭행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대만계로 밝혀져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지만, 경찰은 아직 이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한인 이달근(70)씨는 지난 5월 본인이 운영하던 코인런드리 주차장에서 괴한의 흉기에 무참히 살해됐다. 범인은 벤에 앉아있던 이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경찰은 용의자가 금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용의자는 이씨 살해 6일 전 다른 아시안을 흉기로 해하려다 실패한 정황도 밝혀졌다. 당시 용의자는 체포됐지만, 검찰은 흉기로 입증할만한 것이 ‘헤어핀’ 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경범 처리했고, 용의자는 석방됐다.  
 
이씨를 살해한 킨테 우즈(25)는 살해 및 살상 무기에 의한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역시 증오범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숨진 이씨의 딸 변호사 이다미씨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죽음은 반아시아증오범죄”라며 “증오범죄 혐의 추가를 위해 민권옹호단체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마치 증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듯하다.  
 
인종이, 혹은 성별이, 종교가 범죄의 이유가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증오범죄를 법의 심판대에 서게 하기는 쉽지 않다.  범행 동기에 대한 입증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연방  법무부가 정의한 증오범죄에 따르면 ‘증오범죄’에서 ‘증오’는 분노, 울화, 또는 일반적인 반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증오’가 범죄 법에서 사용될 때는 명확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나 그룹에 대한 ‘편향’을 의미한다.  
 
즉, 증오범죄는 인종, 국적, 장애, 피부색, 성적 성향, 성별, 성 정체성, 종교 등에 따른 편견이 범행 동기라는 점을 밝혀내야 하는데, 개별적 사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와 대부분의 주가 증오범죄에 대한 자체 규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적용은 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법무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2013~2017년 사이 설문조사에서 증오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경우는 연평균 20만4600건에 이르렀지만, 경찰이 실제 증오범죄라고 확인한 것은 1만5200건(7.4%)에 그쳤다.  
 
하지만 동기 파악이 어렵다고 증가하는 증오범죄를 방치할 수는 없다. 일부 시니어들은 증오범죄 걱정에 병원도 못 가는 실정이다.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팬데믹 이후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시안 환자들의 방문조차 줄었다는 전문의들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사법당국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동기를 입증해 증오범죄 적용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강력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현재 연방수사국(FBI)에는 자체 증오범죄 통계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각 지역정부에서는 이를 적용하긴 쉽지 않다.  
 
각 주, 지역정부들에서 자체적으로 증오범죄를 분류하고 통계적으로 분석, 대비할 수 있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또한 예방이 어려운 증오범죄의 특성상 사회적 편견 감소를 위한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다.
 
 편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오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편견을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문화적 정책의 개발에 관심을 둬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 지원, 사회적 격차와 갈등 해소, 차별적 의식 제거 등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돼야 한다.  
 
증오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법의 심판과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

장수아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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