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꿈도 못 꾼다
개인 저축률 5.4%, 지난 10년 평균보다 낮아
외식·쇼핑 줄여도 기본물가 뛰어 저축 못 해
각종 지원금 중단, 지불유예 조치도 사라져
#. 팬데믹동안 롱아일랜드 부모님 댁에서 재택근무를 하다 최근 맨해튼 웨스트빌리지에 렌트를 구해 돌아온 장 모씨는 요즘 마음이 힘들다. 재택근무를 하며 아낀 돈을 조금씩 모아 주식에 투자했는데 수익률은 처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크게 오른 렌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장씨는 “주식 수익률을 보면 더는 아등바등 월급을 아낄 의지도 안 생긴다”며 “지금은 우선 쓰고, 다시 기회를 보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저축을 못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40여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으면서 기본 생활비가 급등했고, 지출 후 남는 돈이 줄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초기 연방정부가 각종 지원금을 뿌리면서 봉급생활자들은 오히려 돈이 남기도 했으나, 최근엔 월급으로 생활이 빠듯해진 이들이 오히려 모아둔 돈을 쓰는 경우도 많아졌다.
5일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5월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5.4%를 기록해 10년 평균(8.91%)보다 낮다. 팬데믹 초기 2020년 4월(34%)과 비교하면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저축률 급락에는 각종 지원금 중단과 물가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렌트나 대출이자·크레딧카드대금 지불유예도 모두 사라졌다.
하락장으로 접어든 주식시장까지 고려하면 개인들이 체감하는 저축률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IT업계에 종사하는 한 한인은 금융투자수익률이 좋지 않아 넷플릭스 외에 HBO·디즈니 구독은 끊고 휴가도 최소한으로 가기로 했다. 그는 “당장 현금화하진 않겠지만, 주식 앱을 볼 때마다 저축은커녕 돈을 잃었다는 생각에 괴롭다”고 토로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면 저축을 못 할 뿐 아니라 소비도 위축돼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브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생활비가 부족해 저축액을 빼서 생활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26~41세 젊은 연령대에서 모아둔 돈을 쓰고 있다는 비율이 79%로 가장 높았다. 포브스는 “젊은층이 렌트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수요가 몰리며 맨해튼 렌트 중간값이 사상 처음으로 4000달러를 돌파한 만큼 뉴요커들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6~9개월 가량 지나면 저축액도 바닥을 보이면서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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