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배경 한인 1세 목소리 담아요"
10회 드라마 추진 ‘블라인드 스티치’ 주연 김종만씨
22일 LA단편영화제서 파일럿 공개
장편영화 ‘꿈의 그림자’ 애플TV 상영
17분 길이의 ‘블라인드 스티치’는 LA폭동이 발생한 시기를 배경으로 의사에서 갱이 되는 한인의 이야기를 통해 폭동 피해자인 한인 1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김종만 배우는 “에피소드 10개의 드라마 시리즈로 기획된 것”이라며 “파일럿으로 제작한 것이 단편영화로 손색이 없어 출품했고 제작자 등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배우가 맡은 주인공은 한국에서 의료사고를 낸 외과의사가 LA에 와 상처를 봉합하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다 양복점을 낸다.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폭동이 나자 낮에는 양복점을 하고 밤에는 부상을 입은 갱단원들에게 불법 시술을 해주면서 서서히 갱의 세계로 빠져든다. 실땀이 겉으로 보이지 않게 속으로 꿰매는 공그르기를 의미하는 제목은 주인공의 삶을 대변한다.
김 배우는 “폭동이 배경인 만큼 피해자인 한인 1세의 목소리가 담긴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폭동을 둘러싸고 흑인과 백인의 목소리는 많았지만 한인은 소수의 의견이 전달되는 수준에 그쳤다. 이 영화에는 현장에서 피해를 본 1세의 입장이 전달된다.”
‘블라인드 스티치’는 시대물인 만큼 제작비 규모가 크다. 김 배우는 회당 1000만 달러로 10회 에피소드에 1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김 배우는 “단편영화로 출품된 파일럿의 대한 반응이 좋다”라며 드라마 제작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보였다.
‘블라인드 스티치’의 감독은 2018년 드라마 ‘애프터스쿨드(Afterschooled’(2018)로 주목을 받은 알렉산더 버그먼이다. 어릴 때부터 한국 등 아시아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버그먼 감독은 25년 전 10대 때 각본을 쓰면서 한인을 주연으로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제작자들이 백인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들자고 제의했지만 “한국 배우를 찾겠다”라며 거절하다 김 배우를 캐스팅했다. 김 배우는 “(설경구, 박해수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야차’를 촬영하고 있을 때 버그먼 감독에게 연락이 와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배우는 넷플릭스 영화 ‘Love’(2016)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으며 주연을 맡은 인디 장편영화 ‘꿈의 그림자(And the Dream That Mattered’는 애플TV서 상영되고 있다. 김 배우가 공동제작, 공동작가, 주연을 맡은 ‘꿈의 그림자’는 김 배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종과 영어발음 때문에 중간 위치에서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할리우드 배우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주인공의 입장을 이해하는 아티스트의 공감을 얻고 있고 꿈과 현실을 다뤘다는 면에서 일반 관객의 평이 좋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한 그는 2011년 미국으로 와 뉴욕필름아카데미와 LA의 뉴필름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제작 현장에 뛰어들었다. “내 한계가 어디인지 부딪쳐보자고 미국에 왔다. 3년만 버티자는 각오로 왔다.” 미국행에는 할리우드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최근 그가 출연한 밸라지오 호텔 광고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칸 국제광고제에 은사자장을 수상했다. “오디션에서 혼자 아시안이었는데 제가 뽑혔다. 제가 뽑히니 딸과 부인 역도 한인이 발탁됐다. 그때 깨달았다. ‘주연이 중요하구나.’”
그의 꿈은 한인 최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다. 지인들 앞에서 선언도 했다. 의외로 ‘되겠어?’보다는 격려가 많았다. 그가 보여준 성취도 있고 한류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블라인드 스티치’는 꿈으로 가는 도약대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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