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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속터지는 차량국…“이런 게 미국인가요?”

20대 인턴기자의 눈에 비친 애틀랜타 <6> 미국 관공서

소셜번호 발급을 받기 위해 방문했던 조지아 사회보장국 건물. [김태은 인턴기자]

소셜번호 발급을 받기 위해 방문했던 조지아 사회보장국 건물. [김태은 인턴기자]

무한정 대기 일처리는 ‘복불복’
느림의 미학? 내 속은 '부글'
규정 모르는 담당자 만나 당황  
 
그동안 미국 초기 정착을 위해 사회보장국(SSA :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우체국(USPS: United States Postal Service), 차량국(DDS: Georgia Department of Driver Services) 등을 방문했다. 이런 관공서들을 다니면서 요즘 한국 관공서에 비해서 하나같이 ‘구식’으로 일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좋게 보면 ‘인간적’이긴 하지만 민원인 입장에선 속이 터지고 열불 나는 일이었다. 
 
담당자 관계없이 똑같은 절차에 따라 같은 일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직원이 맡느냐에 따라 절차가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했다. 심지어 같은 일인데도 아예 진행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서류 미지참 등의 이유로 두 번 세 번 거절당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관공서에 가기 전 필요한 절차나 서류를 알기 위해 인터넷으로 찾아 보고 방문 후기를 봤더니 이런 불평들이 수 없이 올라와 있었다.  
 
나도 미국에 입국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이 사회보장번호(SSN·소셜 시큐리티 번호)를 받으러 사회보장국을 갔는데 거기서부터 민원 창구 분위기가 한국과는 많이 달라 당황스러웠다.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고 담당직원들이 느릿느릿 호명하고 대기시간이 길어져도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하나 없었다. 신기하면서도 '미국은 원래 이런가 보다'하면서 넘어갔다. 
 
(참고로 사회보장번호는 연방정부가 시민, 영주권자, 임시 거주자 등에게 부여하는 고유 번호로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념이다. 세금 납부, 은행계좌 개설, 운전면허증 취득, 기타 본인 인증 등에 꼭 필요한 번호이기 때문에 미국 생활을 하려면 가장 먼저 받아야 하는 것이 이 번호다.)  
 
허술한 미국 관공서의 진짜 맛을 본 것은 차량국에서였다. 현재 조지아주는 2013년부터 '한국-조지아 주정부 간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에 따라 한국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추가로 운전면허 시험을 보지 않고도 관련 서류 제출만으로도 조지아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다. 준비해야 할 서류는 한국 운전면허증과 이를 확인하는 영사관 공증서류, 비자, I-94, 사회보장 번호, 유틸리티 청구서 등 거주지 증빙 서류 2개 이상, 여권 등이다.
 
행여 헛걸음 할까봐 필요한 서류를 미리 꼼꼼히 준비해 토요일 아침 일찍 차량국을 찾아갔다. 아직 오픈 시간도 안됐는데 벌써 사람들이 몰려 번호표를 받는 데만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긴 기다림 끝에 번호표를 받고 담당자 앞에 가서 들은 말은 “넌 외국인이니까 필기시험부터 다시 쳐야 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조지아주 면허교환 제도와 다른 말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면서 알고 봤더니 담당자가 신입이라 아직 업무 숙지가 안 되어 있어 그런 거였다. 다행히 옆자리 직원의 도움으로 서류를 접수하고 운전면허증 교환 절차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메뉴얼도 모르는 직원을 앉혀 놓고 민원인을 상대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미국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면서 돌아왔다.  
 
차량국 방문 전에 한국 운전면허 공증을 받기 위해 들렀던 우체국(USPS)도 생각보다 긴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총영사관을 통해 공증을 받아야 하는데 굳이 영사관에 가지 않아도 한국 여권 사본, 운전면허증 앞뒤 사본, 우표 붙인 반송봉투 등을 넣어 영사관 담당자 앞으로 보내면 공증을 발급 해주기 때문에 관련 서류를 보내러 간 것이다. 요즘은 어디나 일손 부족으로 업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데 우체국도 그랬다. 창구는 여럿인데 직원 두 사람이 그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지루하고 답답했지만 내 차례가 오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요즘 한국은 웬만한 곳은 모두 전자행정 시스템으로 다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접 대면업무를 할 일이 별로 없다. 관공서도 그렇고 은행도 본인확인이 가능한 계좌를 통한 금융인증서만 있으면, 모바일 또는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든지 필요한 서류 발급이 가능하다. 그런 환경에 있다가 경험한 미국 관공서는 불편하면서도 신기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고 배울 점도 많은 나라다. 하지만 이런 일에 관한한 앞서가고 있는 한국에게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론 분초를 다퉈가며 감시받듯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 한국에 비해 미국 공무원들은 스트레스는 덜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 일이 어느 한쪽만 보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듯 관공서 일 처리도 한국이 잘하고 것인지, 미국이 정말 낙후되어 있어서 그런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김태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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