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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기억상실, 단절·고립이 질병처럼 퍼진다

애플스(Apples)

기억상실증이 팬데믹으로 찾아온 시대에 아리스는 단절된 개인의 고립감 속에서 기억 회복을 위해 꾸준히 사과를 먹는다. [Cohen Media Group]

기억상실증이 팬데믹으로 찾아온 시대에 아리스는 단절된 개인의 고립감 속에서 기억 회복을 위해 꾸준히 사과를 먹는다. [Cohen Media Group]

영화 리뷰

영화 리뷰

엄격하고 독특한 규칙이 지배하는 나라, 질서 정연한 환경, 모든 게 불투명한 분위기는 미래의 어느 시점인 듯 보인다. 그러나 카세트테이프 등 구시대의 산물이 소품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아 영화는 묘하게도 과거와 미래가 혼합되어 있다.  
 
집단 기억상실로 시름하고 있는 이 나라는 지금 ‘팬데믹’ 상태에 있다. 두통을 동반하는 이 병은 고통스럽게 대중의 기억을 갉아먹고 있다. 나라는 처방을 제공하지만, 사람들은 점차 영혼마저 잃어 가고 있다.  
 
코비드19 이전 제작된 그리스 영화 ‘애플’은 202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초연됐다.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이 작품에 매료되어 영화제 이후 세계시장 배급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로 합류했다. 크리스토스 니쿠의 감독 데뷔작으로 2021 아카데미 국제영화부문 출품작.  
 
버스 안에서 잠이 든 중년 남성 아리스.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는 동안 잠이 든다. 운전사가 그를 깨운다. 아리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름조차도….
 


아리스는 병원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인척이 없는 그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홀로 기거하며 의사의 지침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하루하루의 일과를 전달받는다. 담당 의사는 아리스에게 기억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이라고만 설명한다.  
 
아리스는 자신의 일상을 의사의 지시대로 폴라로이드 셀피로 찍고 앨범에 담아 기록한다. 그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라는 지시에 따라 극장을 방문하고 또 다른 기억상실증 환자 안나를 만난다. 그녀가 극장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 하룻밤을 지내라는 지시를 받고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대화가 최소화되어 있는 영화인지라 아리스의 내면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사과가 기억력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아리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인간성 회복에 대한 그의 조용한 항변일 것이다. 메마르고 소외된 삶으로부터 뛰쳐나오고픈 아리스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의 수단이다.  
 
영화 ‘애플’은 외부의 억압으로 해체되어 가는 내면세계 속에서 인류는 또 다른 디스토피아를 살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영화다. 풍자로 여길만한 유머나 위트도 없는, 색다르고 낯선 영화처럼 보이지만 13년 전, 그리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도그투스’(Dogtooth,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수상)에서 시도했던, ‘단절과 고립의 드라마’ 장르를 이어가는 영화이다.
 
기억상실은 인류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을 의미할 터이다. 사람들은 단지 잘 정돈된 디스토피아에서 권력자의 지시를 받아가며 살고 있을 뿐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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