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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정부보다 기업

고객관리 솔루션 기업인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는 지난주 금요일 “나는 기업 CEO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직원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차별을 겪거나 겪을 위험에 처한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하고 있다”라는 트윗을 했다.  
 
별다른 배경 설명 없이 남긴 트윗이라 다소 뜬금없게 들릴 수 있지만,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했다.  
 
그날 오전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에서 임신을 중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가 아니게 됐다. 절반이 넘는 26개 주에서 임신 중지를 불법화했거나, 불법화를 추진 중이다.  
 


베니오프는 이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기에 이런 주에서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있다면 다른 주에 있는 사무실로 옮겨주겠다고 한 것이다. 베니오프는 원래 진보적인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물론 많은 기업의 CEO들이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고, 안전한 임신 중지를 원하는 직원이 있으면 회사가 다른 주로의 의료여행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여성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게 되자 결국 일선 기업들이 나서서 “내 직원들은 내가 챙기겠다”고 선언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는 20세기 초·중반 국민건강보험을 관리하기 시작한 다른 많은 나라와 달리 기업이 건강보험을 직원들에게 주는 혜택으로 삼은 미국 건강보험 방식을 연상시킨다.  
 
고용과 연계된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미국의 건강보험과 똑같이 여성의 권리도 정부가 아닌 직장이 지켜주게 된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런 회사에서 일해야 가능한 일이다.

박상현·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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