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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신작로

언제 돌아올지 기다렸다는 듯  
 
무심한 세월의 끈을 놓지 않고
 
잃어버린 내 모든 것을 돌려주고 있다
 
 
 


어쩌다 한두 대 차가 지나가면
 
신나게 차의 꽁무니를 쫓아 뛰다
 
놓친술래인 양 까르르 돌아서던 우리들의 놀이였다
 
 
 
한여름 태양의 열기로 뜨거워진 아스팔트에
 
맨발로 뛰던 여린 발바닥이 익을 때쯤이면
 
길가 은행나무 그늘에 안겼었지
 
 
 
어둑해진 해넘이 그늘 찾아 들면 엄마의 부름 따라
 
마지못해 뛰어놀던 자리 비워 놓았다  
 
그제서야 아스팔트는 어둠에 몸을 맡기고
 
조용히 긴 꿈속으로 개구쟁이들을 품었다
 
 
 
깜짝 경적에 산산이 흩어진 상념들
 
수많은 차의 행렬에
 
개구쟁이들 품어주던 넓은 가슴
 
이렇게 좁아져 몸살을 앓고 있다
 
 
 
넓었던 신작로
 
이젠 가슴으로 각인된 아픔 같아
 
먼 세월만 돌아본다

양기석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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