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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자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자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한국의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위성의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우리도 한국 땅에서 한국형 발사체로 우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달을 꿈꾼다. 2031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낸다고 한다. 우주를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우주를 만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지구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우주로부터의 귀환〉에서 다치바나 다카시는 수많은 우주 비행사의 경험을 이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그들은 과학자로 우주로 갔으나, 자주 시인으로 귀환했다. 우주에서 과학기술의 힘을 이용해 우주의 시를 썼다. 지구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찬미했다. 우리는 우주를 알기 위해 갔으나, 실제로 더 많이 알게 된 것은 지구와 우리 자신이다. 우주는 우리를 영적 존재가 되게 한다. 우주를 탐험하는 일은 단지 과학적 사건만은 아니다. 우주는 우리를 언제나 과학적 탐구를 넘어서 영적 탐구에 이르도록 만든다. 일찍이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통찰했듯, 우주와의 접촉은 곧 인간 영혼의 확장이다. 먼 우주에서 본 지구는 한낱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다. 광활한 어둠 속에 하나의 점으로 찍힌 지구는 거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미약함을 끝없이 환기한다.  우리는 장구한 세월의 흐름, 광대한 공간, 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이란 광대한 우주 속에서 얼마니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인가를 자각할 때 겸손을 배우게 된다. 밤하늘의 별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는 누구나 어릴 적 쏟아질 듯 펼쳐지는 밤하늘의 별을 헤던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있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시인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다. 그는 또 ‘서시’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읊었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은 우리에게 신비감을 안겨준다.  


 
지금부터 137억 년 전 쯤 빅뱅으로 우주가 생겨났고, 시간과 공간과 물질의 역사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그 이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는 말인데, 그것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 상상이 되는가. 빅뱅 뒤 10의 마이너스 40제곱 초 쯤 되는 짧은 시간 안에 10의 130제곱쯤 되는 부피로 팽창한다. 도대체 어떤 시간과 어떤 움직임인지 상상이 되는가. 그 광막한 공간을 생각하면 인간이란 얼마나 티끌 같은 존재인가, 억 단위의 시간 안에서 백 년 남짓한 생애는 얼마나 짧은가, 우리는 겸손해진다. 그러는 한편 우리는 몸 안에 우주를 품고 있는 기적적인 존재라는 자긍심도 갖게 된다. 별이 폭발할 때 내놓은 물질들이 우주를 떠돌다 “뭉쳐져 지구를 만들고, 이것을 재료 삼아 모든 생명체들과 인간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겸손과 자긍심, 우주와 나 자신에 대한 신비감, 거기에서 얻는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의 감정들이 나와 세상에 대한 눈을 바꿔준다.
 
오래 전 어느 날  아침 TV 뉴스를 보다가 '뉴호라이즌스 호'라는 이름을 가진 우주 탐사선이 9년 6개월간의 고독한 여정 끝에 명왕성을 통과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발사 이후 비행거리만 56억 7000만 킬로미터에 달한다니 도대체 얼마나 먼 곳일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구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분쟁과 테러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화산과 지진이 대자연의 위력을 과시하는 동안 인류의 눈이 마침내 명왕성에 닿은 것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은 아주 먼 옛날에 방출된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인간이 함부로 넘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닐 만큼 광대하고 미스터리한 영역이다. 1977년에 지구를 떠난 우주탐사선 보이저 호가 1990년 명왕성 궤도쯤에 다다랐을 때, 카메라를 지구를 향해 돌려서 찍은 지구 사진도 보았다. 픽셀 하나 보다도 저 작은 점으로 찍혀 있는 지구의 모습. 그  작은 점  속에  우리들이 살고 있었다. 우주의 경이로움은 곧잘 허무함을 대동하고 찾아온다. 우주의 나이 137억 년은 우리의 뇌가 가늠하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다. 그 크기가 무한한지 유한한지조차도 확정할 수 없는 우주의 크기는 그저 광활하다고밖에 더 붙일 수사(修辭)가 없을 정도다.  
 
우주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 우주의 경이로움 앞에 노출된 순간 우리는 그 앞에서 초라함을 느끼고 왜소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바로 허무감이 찾아온다. "알고 보니 지구는 참으로 작고 참으로 연약한 세계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할 존재인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 인류도 이 광막한 우주 속에서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일 우리 전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 해도 이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를 구하려고 달려와 줄 존재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우주의 입김 한 번에 오늘 지구가 날아가 버린다 해도 내일의 우주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가 작은 점이듯 인간이란 존재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조그만 행성 위에서 아옹다옹하며 살고 있는 우리 인류도 알고 보면 우주 속에서 참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네 삶이란 게 얼마나 찰나의 티끌 같은 것인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광대무변한 우주와 억겁의 시간을 생각하노라면 어느덧 '나'라는 존재는 무한소의 점 하나로 소실되고, 종국에는 딱히 '나'라고 정의할 만한 그 무엇도, 주장할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나와 너라는 차이까지 흐릿해지고, 물(物)과 아 (我)의 경계까지 아련해지고 만다. 때로는 지는 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뛸 때가 있다. 내가 딛고 있는 이 거대한 땅덩이가 초속 30킬로미터라는 맹렬한 속도로 우주 공간을 헤치며 저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섬뜩해짐을 느낀다.  
 
우리는 뒹구는 돌들의 형제며, 떠도는 구름의 사촌이다." 나는 미미한 태양계의 작은 부분 안에서도 한 조그만 행성 위에 살고 있는 70억의 인구 중 일부다. 우리가 우주를 사색하는 것은, 인간이란 우주 속에서 얼마나 티끌 같은 존재인가를 깊이 자각하고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확대 속에서 자아의 위치를 찾아내는 분별력과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 아닌가. 그것은 곧 나를 놓아버리고 나를 비우는 일일 것이다. ‘우주의 크기를 생각하면 지구는 얼마나 작고, 지구에 사는 나는 또 얼마나 작은가.’ 욕심내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야지...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은 100억년에 걸친 우주적 경로를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우주적인 오랜 사랑이 우리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별에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들이다. 우리는 우주의 일부다. 애초에 먼지에서 태어나 찬연하게 빛을 뿌리며 살다가 장엄하게 죽어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모든 별의 일생인 것이다. 천문학은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우주보다 인간의 오만함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창세기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과 같게 네 후손을 번성케 하리라고 약속하고 있다. 하늘의 별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라. 하나님의 약속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인이 하루에 단 몇 분만이라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 우주를 생각한다면, 현대 문명이 이렇게 병들지 않았을 것이다." 슈바이처 박사의 말이다. 우리의 눈이 밤하늘의 별 보기를 잊어버리면서부터 현대인의 정신과 생활은 병들기 시작했다. 이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자. 그것을 통해 우주를 생각하자.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자!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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