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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진땀 나는 인공지능 시대

교회 창립기념일 날 누군가가 기부한 물티슈를 교인 한 사람당 한 박스씩 선물로 받아왔다. 제법 묵직한 박스 안에 작은 물티슈가 100팩 이상 들어있다. 웬 횡재인가 싶어 그날부터 아무 곳이나 눈에 띄는 대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부엌, 화장실, 가구, 마룻바닥 할 것 없이 향긋한 물티슈의 세례를 받았다.
 
그러다가 주일날 교회에 가려고 차를 타자 차 안에 먼지가 쌓인 게 보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편과 내가 차 안의 인테리어와 터치 스크린을 속속들이 반짝거리게 닦았다.
 
아뿔싸 스크린 잠금 설정을 한 후에 물티슈로 닦아야 하건만 그냥 대고 마구 문질렀더니 AI가 헷갈렸나 보다. 명령을 너무 여럿을 받아 혼동이 왔는지 차가 달리는 데는 이상이 없으나 에어컨과 히터 등의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 더운 날인데 남편이 등에 땀을 뻘뻘 흘린다. 좌석의 열선이 최대치로 작동하고 있는데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차 안 에어컨은 추울 정도였는데 그것도 강약 조절이 안된 채로 교회에 당도했다.
 
주차를 하고 예배실로 갔는데 주차담당 장로님이 차에서 소리가 나고 차 밑에 물이 흥건하다고 알려주신다. 예배는 시작했는데 차의 에어컨이 계속 켜지고 팬이 도는 중이다. 휴대폰의 컨트롤러로 끄고 켜지면 다시 끄고 하느라 예배는 물 건너갔다.
 
내 나쁜 머리로 인공지능(AI)과 겨루려니 식은 땀만 났다. 교회 주차장에서 시간을 버리고, 해결 못하고 예배실로 돌아오니 목사님이 설교의 마지막 부분을 선포 중이셨다. 한국과 미국은 소돔 같이 부유한 나라가 되었지만 순결함을 잃고 돈과 재물만 따르게 되었다며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뜨끔했다. 차가 걱정스러워 예배를 놓친 내게 하는 말씀 같았다.
 
4년 전 전기 차를 처음 샀을 때 기계 세차는 하지 말라고 해서 그동안 잘 지켰다. 차 외관만 손걸레로 닦고 안쪽은 대충 두었더니 먼지가 쌓여 공짜 물티슈로 열심히 닦다가 이런 변을 만난 것이다. 이런 체험으로 하나 배웠다. AI는 물티슈를 싫어하는 게 확실하다.
 
지난 겨울 한국에서 두 달간 체류할 때 식당에서 로봇이 서브하고, 은행 지점 대신 키오스크에서 일을 보고, QR코드로 메뉴를 선택해서 카드로 결제해야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모든 게 낯설었다. 미국에서의 삶이 훨씬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이었다. 기계조작이 서툴러 뒷줄에 선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AI가 좋고 편리한 것인지 나는 아직도 판단이 안 선다.
 
30년 이상 가지고 있던 집 전화번호를 없앴다. 한국의 부모님이 내게 연락할 때 쓰시던 번호인데 두 분 모두 천국에 계시니 쓸모가 없어진 탓이다.
 
집 전화를 오래 고집하던 나도 모바일 번호만 쓰게 된 걸 보니 세태에 따라 느리게나마 AI 시대로 진입 중인가 보다. 진땀 나는 AI 시대.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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