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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권 폐지’ 11월 중간선거 쟁점 가능성

성인 59% “지지 안해” 응답
민주, 교외 여성층 공략나서
공화 “핵임 이슈는 경제 실정”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낙태 문제를 둘러싼 득표전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더 많은 여론의 우위를 토대로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삼으려는 반면 공화당은 낙태 문제 대신 인플레이션 등 경제실정 이슈가 묻히지 않도록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지난 24∼25일 성인 159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1%는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58%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연방 차원의 법률 제정에 찬성했고, 42%는 반대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중간선거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번 판결이 분위기 전환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권이 투표용지 위에 있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중간선거에 출마한 연방의회, 주 정부, 주의원 후보들도 일제히 이 문제를 최전방의 이슈로 부각하려고 달려들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해야 낙태권을 보장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법률을 제정할 수 있고, 주 단위에서도 여성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유권자의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고 지역 선거운동으로 조직화하기 위한 웹사이트까지 개설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자극할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교외는 진보 색채가 강한 도시와 보수 성향이 강한 시골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도시에 직장을 둔 대졸, 중산층 이상 백인이 많이 모여 살며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아 승부를 결정짓는 ‘스윙 보터’로 통한다.
 
실제로 CBS 여론조사를 보면 여성의 67%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남성(51%)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공화당에선 선거의 근본 구도가 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화당의 선거운동 전문가인 존 브라벤더는 워싱턴포스트(WP)에 “보편적 이슈는 경제에 대한 우려”라면서 “이것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선거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 판결이 공화당에 일부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맹점으로 꼽히는 경제 실정을 고리로 선거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서맨사 블록 공화당 의회선거위원회 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은 낙태 문제를 주로 되돌려준 것”이라며 “유권자의 가장 큰 우려는 오르는 물가, 치솟는 범죄, 남부 국경지대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바꾸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연방의원 “백인 삶의 승리” 발언  
 
O…연방 하원의원이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백인의 삶을 위한 승리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의원실 측은 뒤늦게 원고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매리 밀러 하원의원(일리노이)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리노이주에서 개최한 유세 도중 “미국의 모든 ‘마가’ 애국자를 대신해 어제 대법원에서 있었던 백인의 삶을 위한 역사적 승리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세장에 모인 수천 명의 군중은 환호했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다.
 
하지만 밀러 의원의 발언은 소셜 미디어 등에 게재되며 백인 우월주의자를 연상시킨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아울러 작년 1월 6일 연방의사당에서 발생한 폭도들의 난동 사태를 두고 “히틀러는 한 가지에 대해서는 옳았다. 젊음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미래가 있다는 것”이라며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인용했다가 비난이 쇄도하자 사과했던 일까지 다시 회자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의원실은 밀러 의원이 원고를 보고 읽다가 ‘낙태 반대를 위한’(for right to life)이라는 문구를 ‘백인의 삶을 위한’(for white life)이라고 잘못 읽었다고 정정했다.
 
또 밀러 의원이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를 포함해 백인이 아닌 손주들을 가진 할머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여성 기본권 붕괴”…美 스타들, 낙태권 폐지에 분노
 
O…팝계의 여성 스타들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결정에 반발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26일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팝스타들은 낙태권 폐지 결정을 이끈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관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19살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무대에 올라 “큰 충격을 받았고 두렵다”며 “낙태권 폐지 때문에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수 대법관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명한 로드리고는 “당신들을 증오하고 이 노래를 바친다”며 욕설로 된 제목의 노래를 영국 팝스타 릴리 앨런과 함께 불렀다.
 
이번 축제에 동참한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도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이라며 연방대법원을 비판했다.
 
텍사스주 출신의 메건 디 스탤리언은 “내 고향 텍사스 때문에 부끄럽다”며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갖고 있다고 외쳤다.
 
미국 팝 시장을 주름잡아온 ‘디바’들도 트위터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신체 권리를 박탈했다. 무척 두렵다”고 했고, 머라이어 캐리는 “여성의 권리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를 11살 딸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원로 가수 겸 배우 벳 미들러는 “미국 국민들의 의지와 요구에 귀를 닫은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남성 유명인들도 여성 스타들의 낙태권 보장 요구에 힘을 보탰다.
 
작가 스티븐 킹은 19세기로 돌아간 연방대법원이라고 꼬집었고,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크리스 에번스는 낙태권 폐지 결정을 비판한 글을 잇달아 리트윗하며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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