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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1995년 시카고 폭염에서 배우는 교훈

박춘호

박춘호

기후변화의 탓일까?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카고에 무더위가 찾아왔다. 지난 21일은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여름이 시작되는 하지였는데 낮 최고 기온이 화씨 100도에 육박했다. 푹푹 찌는 더위에 몸은 곧 기진맥진하고 시원한 곳만을 찾게 된다. 그리고 1995년 여름을 떠올린다. 그 해 여름도 이렇게 더웠었다. 아니 더웠었던 것으로만 떠오르는 시간이다.  
 
1995년 시카고의 여름은 공포로 기억된다. 그 해 여름 시카고에서 더위와 관련해 7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기록됐다. 당시에는 5일간에 걸쳐 폭염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당시 TV에서 나오는 더위 관련 사망 소식은 쉽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더위로 인해 사람이 죽는다고? 그것도 한 도시에서 7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고? 상식으로는 거짓말 같은 일이 분명했다.  
 
시카고뿐만 아니라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 등지에서도 사망자 숫자가 폭증했다. 기록을 찾아보니 1995년 7월12일부터 16일까지였다. 13일 기록은 106도까지 치솟았다. 폭염은 저녁에도 이어졌다. 밤이 되면 기온이 떨어져야 하는데도 80도대를 유지했다. 당시 위스콘신 주 애플톤은 무려 153도의 체감기온이 측정됐다.
 
시카고에서 숨진 주민들은 대부분 지병이 있는 고령이거나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더위를 이기지 못해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몸을 담근 채 있다가 운명을 달리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망자를 낸 곳을 조사한 결과 역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그 해 폭염 사망자를 조사한 연구 자료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대로 냉방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주택에 살다가 숨진 경우가 많았다. 에어컨이 있다 하더라도 전기료 부담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남부지역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다. 또 일부에서는 총격 사건 등의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로 더운 날씨에도 문을 걸어 잠그고 심지어 창문도 열지 않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에릭 클라이넨버그라는 저자가 쓴 '폭염:시카고 재해의 사회적 부검'이라는 책을 보면 이러한 사례가 나온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1930년에도 시카고에 폭염이 나타났는데 이 때에는 숨진 주민들의 숫자가 많지 않았다. 더위를 피해 강가나 호숫가로 주민들이 피신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범죄의 피해자가 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백인보다는 흑인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위로 인해 숨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파악했다.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더위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 있어도 빨리 발견될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라티노 주민들의 경우도 여러 가족이 몰려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혹시라도 무더위로 인해 쓰러지거나 건강이 상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다는 점이 희생자 숫자가 적었던 이유로 분석됐다.
 
물론 이 연구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사망자 숫자라는 것이 숨진 주민 모두를 부검해서 무더위가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 아니라 해당 기간 사망자 숫자가 예년 사망자 숫자에 비해 그만큼 많았다는 것으로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부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매장한 경우가 많아 무더위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었다는 반론도 나왔다.
 
최근 시카고 북부 로저스 파크의 노인 아파트에서는 더위로 인해 노인들이 숨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후 원인을 조사했더니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에어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 사망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더위로 인한 사망은 이제 더 이상 자연 재해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곧 사회적 현상이고 약자일수록 사망에 이르는 길이 더욱 가깝다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약자, 소외층에서 희생자가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거나, 지병이 있는 경우 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법이다. 무더위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주변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더운 날씨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라는 것을 1995년 시카고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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