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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스톡데일 패러독스

팬데믹 사태 3년차에 접어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기후 이상 등으로 온갖 나쁜 요인이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희망을 찾을 만하면 다시 불안의 구름을 맞게 되는 돌림 노래 같은 느낌이다.
 
이럴 때 우리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를 생각해 봐야 한다. 베트남전 당시 미 해군 중령이었던 제임스 스톡데일은 포로가 되었다. 포로가 된 동료는 수용소에서 고된 생활을 겪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가혹한 폭행이나 고문이 아니었다. 되려 곧 석방될 것이란 희망이 사라질 때마다 포로들은 빠르게 쇠약해졌고 무너져 내렸다.  
 
처음에 포로들은 크리스마스면 미국과 베트남 간의 포로협상이 이뤄져 석방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부활절, 그리고 추수감사절을 기다렸으나 협상은 계속 결렬되었다. 그렇게 협상이 실패할 때마다 포로들은 큰 상실감에 빠졌고 병에 걸리거나 죽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스톡데일은 달랐다. 석방되리란 믿음은 있었지만 쉽게 풀려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놓지 않았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으나 근거 없는 희망에 의지하지 않았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삶을 긍정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8년을 버틴 후에야 그는 수용소에서 풀려났고, 고국으로 돌아와 해군대학 학장을 지내고 중장으로 퇴역했다.
 


‘Good to Great’란 책으로 유명한 짐 콜린스 교수는 스톡데일의 이러한 경험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 부르면서 막연한 낙관론이 비관적 상황을 극복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설파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은 갖되, 현실은 더욱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의 태도가 위기 극복에 더 좋은 해법임을 시사한 것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여름이 되면 코로나 없어진다’로 시작해서 ‘백신이 나오면 끝난다’ ‘3차 유행’이면 끝난다는 얘기로 희망을 가졌지만 되려 희망이 사라져 가면서 지쳐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와중에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돌봐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성찰할 것들이 많다. 개인의 삶을 돌아보고 내가 ‘왜 사는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교회 또한 그동안의 관성과 매너리즘을 버리고 복음의 본질을 질문하며 앞으로 험난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세상에 희망과 대안을 주는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초기 교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힘든 상황이 됐지만 오히려 희망이 보였다. 교회가 자기 성찰과 혁신을 할 것이란 기대다.  
 
개인의 일상에서 저지르는 죄뿐 아니라 우리가 바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지구와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되돌아 볼 시간이다. 이것이 고쳐지지 않는 한 팬데믹은 오래갈 것이고 각종 재난과 전쟁은 끊이지 않을 수 있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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