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 '83일 개근'이 어렵나
6.7 예비선거가 끝난 지 2주째를 맞는다. LA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50% 이상 득표시 당선 그렇지 못하면 최다 득표 2명이 본선에 진출한다.
선거가 끝나고 며칠간 후보들 얼굴이 언론 지면에 오르내렸다. '유력' '본선 진출' '사실상 당선' 등 천편일률적인 제목과 함께다. 그러니 독자들 입장에선 선거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사실 선거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최종 개표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계가 늦어지는 이유를 아는 한인들은 많지 않다. 올해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 선거법(AB 37)이 원인이다. 개정된 선거 규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등록된 모든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용지가 발송된다. 장애 해외 거주 파병 등 유권자의 사정 혹은 요청에 따라 허용됐던 우편투표(부재자투표 사전투표)가 모든 유권자에게 확대됐다. 또 바뀐 점은 우편투표 접수 마감 기간이다. 종전까지는 선거일 이후 사흘 내 도착하는 우편투표만 유효표로 인정했지만 올해부터는 그 기간이 7일로 늘었다.
더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고 더 오래 투표용지를 접수하는 목적은 당연히 투표율 확대에 있다. 그 대가가 지연되는 개표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집계가 늦어지면서 일부에서는 개정 선거법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굳이 이렇게까지 선거를 치러야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투표율 제고 효과가 변변치 않다. 17일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주전체 투표율은 30.9%에 불과하다. 직전 선거인 2020년 대선(46.89%)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전 2018년 중간선거(37.54%)보다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저조한 투표율이 거꾸로 선거 개정안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우편투표를 확대하지 않았더라면 그마저도 투표했겠느냐는 말이다.
사실 유권자들이 논쟁해야 할 부분은 투표방식이 아닌 후보에 있다. 누가 출마했는지 알고는 있는지 혹은 후보에 대해 알고 뽑았는지다.
LA시의회를 예로 들어보자. 이번 선거에는 15개 지역구 중 홀수 8개 지역구 의원을 뽑는다. 현직 의원 5명을 포함해 33명이 출마했다. 한인 후보가 한 명도 없으니 한인 언론들도 보도를 게을리했다.
그런데 LA시의원직은 한인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고 두루뭉술 결과만 보도할 자리가 아니다. 평균 27만 명의 지역 거주자를 대변해 정책을 입안하고 120억 달러에 달하는 시정부 연간 예산을 주무른다. 연봉 22만5000달러를 받으며 4년 임기 최대 3선까지 12년간 재직할 수 있다.
다소 늦었지만 의원들의 '출석표'만이라도 찾아봤다. LA시는 의원들의 전체회의 출석현황을 매달 공개한다. 물론 출석만으로 의정활동 전체를 평가할 순 없지만 최소한 '성실성'을 검증할 기준은 된다.
시의회 회기는 매년 7월에 끝난다. 그래서 지난해 8월부터 5월까지 열달간 출석표만 분석할 수 있었다. 결과는 딱했다.
8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은 현직 시의원이 3명인데 이들 모두 출석률 꼴찌 5위내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LA시장에 출마했다가 포기한 조 부스카이노(15지구)가 출석률 78.3%로 꼴찌다. 건강 문제로 출마를 포기한 마이크 보닌(11지구)은 85.5%로 아래서 3번째다. 임기 제한으로 시감사장에 출마한 폴 코레츠(5지구)가 86.70%로 뒤를 이었다.
'설사 내일이 마지막 출근이라해도 오늘까지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직업 윤리는 유권자들의 순진한 기대다.
꼴찌 출석률이 78.3%면 괜찮은 성적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회의 일수를 알게되면 배신감마저 든다. 조사 기간 10개월간 전체회의 일수는 고작 83일이다. 83일을 개근한 의원은 한명도 없다.
선거 참여의 원동력은 바꿔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책임 의식에 있다. 아직 11월8일 본선거가 남았다. 다행이지 않은가.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정구현 / 선임기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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