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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심장이 뛰다

심장(心臟)은 순우리말로 염통이라고 하는데 가만히 보니 염통도 한자로 보입니다. 생각할 염(念)에 무엇을 담는 통(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북한에서 한자어를 순우리말로 바꾸려고 할 때 혁명의 심장이라는 말을 혁명의 염통이라고 하면 어색하지 않겠냐고 했던 글귀가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심장도 염통도 한자어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염통의 염을 생각 염이 아닐까 추측한 것은 심장이 생각의 기관이라는 느낌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머리로 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가슴으로도 합니다. 감정으로 느낄 때는 우리의 가슴이 생각의 주체입니다. 머리가 아픈 것과 가슴이 아픈 것을 떠올려 보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입니다. 가슴 속의 생각을 우리말로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몸과 분리된 것이 아니기에 우리 몸은 그대로 맘이기도 합니다. 가슴 부위를 몸통이라고도 하는 거로 봐서 비유이기도 하겠지만 가슴이, 몸이, 심장이 그대로 마음입니다.
 
 심장은 뛰는 곳입니다. 뜨거운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심장이 뛸 때는 감정이 솟을 때입니다. 그래서 심장이 뛰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두렵고 걱정이 깊을 때 심장은 두근거립니다. 두근두근은 심장의 소리입니다. 심장이 뛰면 힘이 듭니다. 어쩔 줄 모르는 내 마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너무 심장이 뛰면 터질 것 같습니다. 높고 가파른 산을 오를 때 느껴지는 심장의 박동이라고 할까요? 숨이 막힐 지경으로 뜁니다.
 
 심장은 내 맘대로 할 수 없어 더 힘이 듭니다. 어떨 때는 잘 때도 심장이 뜁니다. 가장 평온해야 하는 시간인데 말입니다. 아마도 꿈속에서 나도 모르는 괴로움에 염려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뛰는 게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심장이 뛰면 깊은 수면이 어렵습니다. 문득 새벽에 깨어나 어쩔 줄 몰라하거나 멍하니 앉아있는 것은 내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방법을 씁니다. 단전호흡이나 요가, 명상이 그런 겁니다. 좋은 음악을 듣기도 하고, 파도 소리나바람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자연의 소리에 내 심장의 박동을 맞추면 좀 낫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숲을 걷는다든지, 모닥불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것도 모두 심장에 관한 일일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아예 심장을 최대한 뛰게 하기도 합니다. 그건 내 심장이 뛰는 상태에 내가 익숙하게 하려는 것이고, 폭발할 것 같았던 심장이 원상태로 돌아왔을 때, 내 심장의 박동에 편안함을 느끼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심장에서 비롯되어 심장으로 마무리됩니다. 불안이라든가 염려라든가 우울이라든가 고통이라든가 서러움이라든가 슬픔은 모두 심장으로 이어집니다.
 
요즘 저는 심장이 마구 뛴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저도 모르는 불안 때문입니다. 어쩌면 알고 있는 가라앉음이겠네요. 가라앉아도 심장은 뜁니다. 가슴 속에 뛰고 있는 심장이 다스려지지 않아서 전에 배운 단전호흡을 하고 선인들의 수행을 따라 합니다. 조금은 나아집니다. 요즘은 차고 있는 시계에 심박 측정 기능이 있어서 가끔 눈길을 주기도 합니다. 어느 때 내 심장은 편안한가를 살펴봅니다. 오늘 책을 읽다가 문득 박동의 수치를 살폈는데 무척 낮게 나왔습니다. 마음이 편안했나 봅니다. 읽던 책이 고마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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