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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소문난 맛집

요새 TV에는 어디에 가면 소문난 맛집이 있다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최불암 배우가 전국을 찾아다니며 맛집들을 찾아내고 칭찬을 해줍니다. 그리고 백종원 씨가 골목마다 찾아다니면서 맛집을 소개해 줍니다. 그런데 매일같이 여러 방송국이 소개하자면 전국의 식당들이 모두 맛집이 될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식당에 가면 식당 벽에 몇 년도 어느 방송국이 선정한 맛집이라는 광고가 벽 뒤에 붙어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가 촌놈이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감각이 둔해서 그런지 그런 맛집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요란을 떨 만큼 맛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근무를 할 때 친구들이 맛집이라고 끌고 다녀서 여러 군데를 다녔습니다. 나는 식도락가 못되어서 그런지 맛집이라고 차를 타고 멀리 가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속에서 기다리다가 던져주다시피 하는 음식을 먹고 올 만큼 정성이 없습니다. 일산에 있을 때 토요일 근무가 끝나면 오늘은 송추에 있는 냉면을 먹으러 가자고 친구들이 차를 끌고 그 복잡한 길을 한 시간이나 걸려서 갑니다. 그런데 내게는 그곳 냉면이 그렇게 맛이 있는 줄 모르겠습니다. 그저 오면서 가면서 소비한 시간이 아까울 뿐입니다. 복날 친구가 삼계탕을 사준다고 시청 뒤 교육회관 골목길의 삼계탕집에 끌고 갔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쭉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날 그 더운데 밖에서 40분 이상을 기다리다가 겨우 들어가서 삼계탕을 한 그릇 먹었습니다. 나를 끌고 간 친구는 “이 집 삼계탕 국물이 참 진해. 그리고 구수하고. 이 집은 삼계탕에 인삼, 잦, 대추, 밤들이 진짜 들어 있거든” 하면서 국물을 먹는데 나는 그저 그렇지 무슨 대단한 맛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복날 대낮에 뙤약볕에 40분을 땀을 흘리며 기다린 것이 억울했습니다. 서울 고속버스 정류장에는 우동집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보통 우동을 3000원이고 백종원 씨의 이름을 붙인 우동은 4000원이었습니다. 나는 양쪽 집에 다 다니면서 우동을 먹었는데 1000원을 더 주고 백종원 이름이 붙은 우동을 먹을 만한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냉면을 좋아한다고 소문이 나서 친구들은 내가 가면  맛있는 냉면을 사주려고 야단입니다. 그래서 한 친구는 장충동에 있는 평안옥을 고집합니다. 물론 그 집의 벽에도 어느 해 KBS에서 추천하였다는 광고가 붙어 있고 누가 와서 먹고 갔다는 광고가 요란하지만, 냉면이 감탄할 만큼 맛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슴슴한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줄 뿐입니다.  
 
한번은 친구가 일산의 소문난 수제빗국 집이 있다고 하여 토요일 오후에 갔습니다. 그런데 교통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 먼 길도 아닌데 점심에 떠났는데 수제빗국 집에 오후 3시쯤 도착했습니다. 뭐 특별한 것은 없고 국물에 들깻가루가 잔뜩 들어갔고 겉절이가 그런대로 맛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친구가 오래간만에 온 친구라고 수원의 갈빗집을 가자고 했습니다. 주말에 수원의 갈빗집은 족히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말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갈빗집에서 갈비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갈비가 갈비이지 무슨 대단한 맛이 더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복잡한 곳을 운전해서 내려간 친구를 생각해서 “맛있구나 그리고 식당 분위기도 좋고”라고 칭찬했습니다. 전주의 이백그릇 콩나물 국밥집, 남원의 감자탕집, 이천의 쌀밥집, 남대문 시장의 갈치조림집 등 소문난 맛집을 들자면 한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을 찾아갈 때마다 몽골에 같이 있었던 윤항진 선생의 말이 생각납니다. “뭣을 먹느냐가 중요 합니까, 누구와 같이 먹느냐가 중요하지.”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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