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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아버지와 노예 해방

한홍기

한홍기

올해 6월 19일은 “아버지의 날”과 “노예 해방의 날”로 겹경사인 날이다. 아버지의 날이야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정식으로 6월 셋째 일요일을 국가 공휴일로 제정해 오래된 역사가 있지만, 노예 해방의 날은 많은 주에서는 자체적으로 그동안 오랫동안 지켜온 반면 일리노이 주에서는 다소 생소한 날이다. 연방 공휴일로 제정된 것은 작년에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후 6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비롯되었다. 그러나 나는 작년도에 첫 공휴일인 토요일이 금요일로 대체되었다지만 기억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극심한 시기로 직장과 상가가 모두 문을 닫고 숨죽이며 살 때라 인생의 맛이 갔을 때였다. 살기 바쁠 때에는 그냥 엎드려 죽는 게 부활이다.
 
이날은 텍사스 주의 흑인 노예 해방 기념일인 6월 19일 “준틴스”(Juneteenth)가 기원이다.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쳐 “준틴스”라 불리는 이날은 156년 전 텍사스에 있던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이다. Juneteenth는 흔히 합성어로 비문법적이라고 여겨지는 “Black English”(흑인 영어)에 해당하는 단어지만 그대로 굳어져 이제는 공식 명칭이 되었다. Day고 뭐고 그냥 빼버리고 그냥 흑인이 편하게 부르는 날로 정해졌다.  
 
따라서 미국인은 독립기념일을 7월 4일로 기억하지만 많은 흑인은 그들의 독립기념일을 6월 19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미국식답다. 유럽 아니 한국 같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6월 19일은 남북 전쟁 당시 북군 소장인 고든 그레인저가 1865년 이날 군대를 이끌고 텍사스주 갤버스턴에 도착해서 링컨이 이미 1863년에 노예제를 폐지했다는 소식을 전한 날이다. 군대를 이끌고 와서 이를 선포한 바람에 노예제 폐지를 인정하지 않고 있던 농장주들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한다. 텍사스주의 흑인들이 노예 해방이 선언된 1월 1일이 아닌 6월 19일을 기념하게 된 기원이다.
 
그러나 남북 전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일설에 따르면 링컨 대통령의 목적은 서부로의 계속적인 영토 확장에 있었으며 그 지역에는 노예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노예제도는 궁극적으로 미국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북부인들의 생각에 새롭게 확장되는 영토에서도 노예가 허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부 주들은 각자 주가 소유한 노예에 대해 그건 자기네들이 알아서 차차 정치적,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노예를 해방해야 할 도덕적 명분 외에도 실질적인 이유가 생겼다. 남부인들이 자신들이 부리는 노예를 전쟁에 동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링컨은 전쟁 발발 이듬해인 1862년에 1차 경고를 한다. “반란을 멈추지 않으면 내년(1863) 1월 1일을 기점으로 노예를 해방하겠다”라는 것이었다.
 
당시 유럽의 강대국들에 대통령제라는 과격한 민주주의를 실행에 옮긴 미국은 경계의 대상이었다. 미국의 급진적인 제도가 유럽에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나라가 분열되는 것은 유럽 국가들이 은근히 원하는 결과였다. 하지만 링컨이 노예 해방을 선언하자 이 전쟁은 명목적으로도 노예 해방 전쟁으로 바뀌었고, 그렇게까지 선언했는데 남군을 도우려는 유럽 국가들이 있다면 그 나라들은 노예제도에 찬성하는 게 된다. 그럴 경우 미국 남부의 독립을 돕기 위한 파병은 국내적으로도 큰 정치적인 부담이기 때문에 결국 남군 원조를 포기하였다.
 
하여튼 이날 아버지와 노예 해방이라는 단어는 나 같은 늙은이에게는 어쩐지 연계성이 느껴져 더욱 기쁘기 짝이 없는 날이다.(hanhongki45@gmail.com)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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