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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대통령 과잉경호 논란

고대 로마 황제의 친위대 ‘프라이토리아니’는 수도에서 황제를 경호할 땐 평상복인 ‘토가’ 차림으로 근무했다. 갑주는 훈련과 전투 때만 썼다. 2000여 년 전임을 고려하면, 정장·평상복 차림의 요즘 경호원들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5차례에 걸친 진시황의 ‘천하 순행’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중무장한 보병·기병이 황제 주변을 겹겹이 에워싸 움직이는 궁궐을 떠올리게 했다고 한다. 순행지의 도시들은 황제의 행차에 맞춰 도로를 정비했다. 순행은 지역 민심을 살피고, 황제의 권위를 알리는 게 목적이다. 진시황의 행차는 그 거대한 인의 장막만큼 민심과 멀어졌다.
 
무장 경호원의 규모만 권력과 민심의 장벽이 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선 대통령 경호책임자들의 과잉 충성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세동 경호실장은 “신변 보호를 넘어 심기까지 편안케 해야 한다”며 이른바 ‘심기 경호’라는 신조어를 만든 걸로 유명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경호실장 차지철은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새벽 1~3시 전차중대에게 청와대 부근을 돌게 하는 기행을 벌였다. 일반 국민 입장에선 상식 밖의 일이다.
 
 민주화 이후 이런 막무가내식 과잉경호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정권 실세가 경호처장이 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경호처가 대통령실의 터줏대감이라는 점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집권 세력은 5년마다 교체되지만, 경호처는 늘 자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경호처 예산(969억9600만원)은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예산(955억7000만원)보다 많다.
 
경호의 논리가 대통령의 어젠다를 때때로 누르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다가 경호와 안전 등의 문제로 철회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경호 등 문제로 격론 끝에 용산청사를 택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지난 11일 성북구 빵집 쇼핑을 두고 일각에서 과잉경호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 부부의 빵 구입을 위해 일대 교통을 통제해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취임 후에도 “한 시민의 모습을 저도 좀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말 시장·백화점을 즐겨 찾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지적이다. 대통령실은 “오히려 교통 정체를 해소하려 했다”며 억울해했다. 하지만 그보다 유연한 경호 방법을 고민했으면 한다.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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