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750만명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
'재외동포청' 왜 필요한가
시대적 요구 <중>
'동포법' 1990년대 제정
변화된 상황 수용 못해
업무 분산 효율성 떨어져
◆재외동포청 설립 시급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제121차 재외동포포럼’에서는 “조정과 통합이 가능한 행정조직 구축”을 위한 재외동포청 설립이 시급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임채완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은 “한국에서 최우선적인 과제는 재외동포 전담 기구인 ‘재외동포청’ 설치를 위한 법제 정비”라고 강조했다.
2021년 2월 한국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재외동포연구원 등이 주최한 ‘재외동포청 설립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도’ 토론회에서도 현재 재외동포 정책 개발과 집행이 효율적이지 않은 현실이 지적됐다.
이날 재외동포연구원(원장 임채완)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관련 법이 1990년대 제정돼 2020년대의 변화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재외동포재단법(1997)과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1999)이 재외동포 권익을 위한 정책 추진 등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재외동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계속 미비점을 노출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체류 재외동포 및 해외거주 재외동포 증가도 재외동포청 설립을 늦추면 안 되는 이유로 꼽혔다. 2019년 9월 현재 한국 체류 외국국적동포는 89만6331명(1999년 당시는 6만7000명)이다. 1990년대 재외동포는 500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2022년 현재 750만 명으로 늘었다. 세계 한인단체 수도 1만 개로 추산됐다.
◆중구난방 재외동포 업무
재외동포연구원 측은 “재외동포정책 업무추진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산하 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은 역대 정부의 의지부족, 국제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법제화 미비, 예산과 인력확보 미흡 등으로 국내·외 재외동포정책 업무추진을 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재외동포청 설립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에 관한 ‘전담기관 부재’도 부처 간 이기주의와 업무 중복 및 분산이란 문제점을 낳고 있다.
현재 재외동포 업무는 주무부처 외교부(재외동포 지원, 재외국민 보호, 여권 및 입국 사증 등), 법무부(출입국 및 법적 지위), 교육부(재외국민 교육 지원), 병무청(병역관리), 국세청(세금), 교육부(교육 지원), 문화체육관광부(각종 교류사업), 국가보훈처(독립운동 인사 관리) 등으로 분산돼 있다.
문제는 재외동포청 같은 전담기관이 없다 보니 정책과 업무(예산 포함)를 구체적으로 조정·심의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그 결과 국내·외 환경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관료주의 폐해도 낳고 있다.
재외동포연구원 측은 “컨트롤 타워가 없어 정부의 재외동포정책 계획수립의 종합성 및 체계성 미미, 비효율성, 예산 중복성, 활용도 저하 현상을 초래한다”며 “혁신적 대안 중 하나는 재외동포청 설치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형재 기자
“재외동포 정책 개발·예산 집행 기관 꼭 필요”
한우성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1997년 설립된 재외동포재단은 현재 해외동포사회 단체 지원 및 차세대 및 입양아 뿌리교육 지원 등을 맡고 있다. 2022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707억 원(약 5500만 달러)까지 늘었고, 직원은 약 77명이다.
한우성 전 이사장은 “재외동포재단은 정부가 세운 정책을 ‘집행’하는 곳”이라며 “현재 외교부가 재외동포 정책을 수립하지만 변화하는 동포사회 요구를 시의적절하게 반영하는 데 문제가 있다. 정책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할 ‘재외동포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전 이사장은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 관련 예산과 업무도 너무 분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외동포 관련 예산은 연간 약 2000억원(약 1억5500만 달러)이지만, 업무부처가 분산돼 전체 예산의 50% 이상을 집행하는 곳이 없다”며 “전략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는 재외동포청을 설립해야 정책과 시행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이사장은 한국 정부가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에 재외국민은 명시됐지만 재외동포라는 말은 없다”며 “헌법에 재외동포라는 말이 있어야 국민이 (해외동포사회 존재를)‘의식’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재외동포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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